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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MZ세대, 세계화·모바일 덕분에 친구 늘어

러시아 MZ세대, 세계화·모바일 덕분에 친구 늘어

기사승인 2024. 09.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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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전문가들 "타인정보 과잉, 불필요한 접촉 늘어 기피하는 현상도"
Capsule collection of T-shirts designed by students of Moscow vocational schools
모스크바 직업학교 학생들이 지난 24일 미취학 아동의 날을 맞아 자신들이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스, 연합
최근 러시아에서는 청장년층의 과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몰입과 2020년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량확산(팬더믹)에 따른 자가격리 등 물리적, 공간적 단절에도 불구하고 친구 수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사회심리 전문가들은 이런 응답 결과는 러시아인들이 △의사소통 기술이 진보했고 △지인과 신속한 연락을 취하거나 새 친구를 사귀려는 욕구와 능력이 증가한 점 이외에도 △단순히 호감을 주는 지인을 '친구'로 부르는 세태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대중여론연구센터(VTsIOM)는 25일(현지시간) "지난 2013년 러시아인들은 평균 친구 수가 4명이라고 응답했는데 10년 뒤인 2023년에는 이 숫자가 6명으로 늘었고, 젊은 연령대에서는 최고 8명이라고 응답, 11년 만에 '친구'로 부르는 인맥이 2배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같은 내용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대다수의 응답자(83%)는 "주변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답했다. 센터 관계자는 "수년이 지나도 이 수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면서 "SNS를 통해 지인과 즉각적이고 질 높은 소통이 용이해지는 한편 웬만한 지인을 친구로 지칭하는 경향도 뚜렷해 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친구'와의 의사소통 빈도가 꾸준히 높게 나타났다. 친구가 있다는 응답자의 4분의 3은 최소 일주일에 한두 번, 3분의 1은 거의 매일 연락하고 지낸다고 답했다. 특히 18~24세의 러시아 젊은이들은 친구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중 61%는 날마다 친구들과 소통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2~3년 동안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경험을 했다는 응답자는 2013년에 견줘 거의 1.5배 증가했다. 다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시너지대학의 바실리사 아우구스트 심리학과 강사는 "러시아인의 사회적 관계는 전통적으로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에 크게 의존해 왔으며, 인터넷 발전에도 여전히 많은 러시아인들에게는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속적으로 격리된 환경에서 지내는 경우 통상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데, 노년층과 중산층이 좀 더 심하다"고 덧붙였다.

우정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러시아인의 태도는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족 중심의 전통적 가치가 여전히 중요시 되면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족 외의 우호적 접촉 유지를 중요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 이고르 올레니코프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연결의 수와 동시에 친구의 수가 실제로 증가했다"고 확인했다.

올레니코프 교수는 "인터넷과 이동통신기기 덕분에 친구간 소통을 위한 공간적 제약이 문제되지 않았고, 학창시절에 맺은 인연도 잘 간직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특히 디지털 시대에 성장하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여기는 밀레니엄Z(MZ) 세대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온라인 소통은 피상적이고 과잉 정보로 깊은 신뢰관계 형성이 어려울 수 있으며, 도시화 사회에서 사회적 고립과 개인주의가 사적 상호작용을 어렵게 만든다"면서 "과잉정보와 쓸데없이 잦은 사회적 접촉이 새 친구 필요성을 낮추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또 "그렇더라도 통상 러시아인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데 점점 더 개방적이 돼 가고 있다는데, 이는 세계화와 해외문화 유입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이 이런 과정에 핵심 역할을 하지만, 축제나 각종 모임, 교육프로그램 등 현장활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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