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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길복순’ 변성현 감독 “좋아하는 전도연·설경구와 치열하게 촬영했죠”

[인터뷰] ‘길복순’ 변성현 감독 “좋아하는 전도연·설경구와 치열하게 촬영했죠”

기사승인 2023. 04. 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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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
변성현 감독/제공=넷플릭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변성현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길복순'을 통해 꿈을 이뤘다. 오래전부터 팬이었던 배우 전도연, 설경구와 함께 작품을 하게 됐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이자 10대 딸의 싱글맘인 길복순 회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변 감독에게도 전도연에게도 첫 액션 작품이었다. 변 감독은 전도연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라는 영화를 보고 출연 제안을 했다.

"(전)도연 선배의 '무뢰한'을 정말 좋아해요. 작품 속 선배는 어디선가 주변 사람들에게 희생당하거나 처연함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실제로 아는 도연 선배는 다가가기 힘든 존재고 저희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가장 최상위층에 있는 사람이죠. 늘 생활감 있는 것보다는 만화속에 있는, 현실적인 연기를 하지만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캐릭터 같은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장르에 대한 갈증이 많고 할 수 있는 연기적 스펙트럼이 넓다고 하셨어요. 처음 만났을 때 팬이라고 했더니 '다들 만나면 팬이라고 한다. 시나리오를 안 줘서 그렇지'라고 하시더라고요. 농담 삼아서 감독님이 쓰는 거 저랑 해보자고 하셨는데 잘 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설)경구 선배한테도 그런 부담감이 있었는데 그런 부담이 더 컸어요. 사실 이번 영화때는 현장이 전쟁 같고 치열해서 즐겁게 촬영하지 못했어요."

변 감독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하고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은 물론 탄탄한 스토리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길복순'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전도연의 제안 덕분이었다. 전도연이 먼저 다른 작품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으나 변 감독은 오히려 직접 쓴 오리지널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고 역으로 제안했다.

변성현 감독
변성현 감독/제공=넷플릭스
이때부터 변 감독은 '전도연'을 두고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했다. 배우를 두고 시나리오를 작업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전도연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엄마 전도연과 배우 전도연의 간극이 커서 배우를 킬러로 치환하면, 사람을 키우는 엄마와 사람을 죽이는 직업, 모순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오겠다고 생각했죠."

오프닝은 배우 황정민이 전도연과 함께 열었다. 두 사람을 한 프레임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단다.

"황정민 선배가 제 영화에 카메오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도 안 했는데, 도연 선배가 황정민 선배에게 문자를 했어요. 바로 답이 없어서 '역시 말이 안 되지'하고 잠을 잤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거예요. 혹시나 해서 받았더니 '안녕하세요. 배우 황정민이라고 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놀랐죠. 황정민 선배가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한다고 출연한다고 하셔서 드렸는데 '영화의 톤을 앞에서 잡아줘야 하는 역할이네'하시더라고요. 해외 촬영에 연극을 하시던 중이였는데 가장 추운 날, 고생을 많이 해주셔서 죄송스러웠어요. 제 모니터에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나오는 게 되게 신기했고, 영화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저와 일하는 스태프들도 어느 정도 고착화 돼 있어 유명한 연예인 배우가 왔다고 모두 신기해했죠."

처음으로 도전하는 장르인만큼 배우들의 액션 연기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도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후반부에 길복순이 다음 수를 예측하는 장면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떠오르게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에 비슷한 장면이 나올 걸 알았다면 다른 방식을 택했을 거예요. 많은 아이디어 중에 '이렇게 찍자'고 해서 택한 방식이었고 뮤직비디오부터 시작해 비디오 아트워크까지 많은 레퍼런스를 찾아보면서 고민하고 찾은 해답이었죠. 촬영도 힘들었지만 배우들이 힘들었죠. 같은 액션을 계속 반복해야 하고 몇 날 며칠을 같은 연기를 하게 하는게 미안해서 미안했죠. 배우들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 촬영 감독과 '다시는 액션 영화 찍지 말자'라는 이야기도 했어요. (배우들의)몸을 상하게 한다고 생각하니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케이'를 해야 하는데 만족할 때까지는 오케이 사인을 못 하는 제가 인간적으로 할 짓이 못 되는구나 싶었어요."

길복순
길복순/제공=넷플릭스
전도연
길복순/제공=넷플릭스
전도연
길복순/제공=넷플릭스
설경구와는 세 번째 작품이다. '설경구'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어떤 걸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만약 다시 (설)경구 선배와 일을 한다면 더 이상 슈트를 입히지 않을 것 같아요. '불한당' 이전에 보였던 선배의 모습을 담고 싶어요. 원래 선배의 팬이었어요. '불한당'때 주변에서 설경구 선배가 어울릴까 걱정을 했는데 저는 좋은 배우는 모든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고, 배우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더 그쪽으로 가려해요. 지금 경구 선배에게 슈트가 잘 맞는 옷이라면 이제는 벗기고 싶은 마음이에요."

차기작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길복순'을 통해 작품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킹메이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고, '길복순'은 처음으로 배우에게 접근해서 쓴 이야기였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도 (영화를)할 수 있겠다라는 것을 느꼈단다.

"다음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보통 다른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음 프로젝트가 본인 안에 있던데 저는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어서 늘 불안해요. "'킹메이커' 끝나고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는데 '길복순'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도 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뭔가를 꼭 이야기하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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