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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한국 관객들은 다정해요”

[인터뷰]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한국 관객들은 다정해요”

기사승인 2023. 05. 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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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제공=미디어캐슬
"봉준호 감독 영화와 비교하면 제 영화는 매우 불완전해요. 이렇게 불완전한 영화를 보고도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받아 들여준 한국 관객은 참 다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3월 '스즈메의 문단속'이 국내에서 개봉했을 때 홍보 차 내한했다. 당시 한국 관객들과 만나 "이 영화가 300만명을 넘기면 다시 한국에 오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달 27일 다시 내한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다. 지난달 30일까지 누적 관객수 511만8000여명을 돌파하며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 톱3에 올랐다.

신카이 감독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순식간에 400만을 넘고 500만 돌파까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이 제 작품을 봐주셨는지 반은 신기하고 반은 감격스러운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가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수입, 배급해 준 미디어캐슬에서 '너의 이름은'을 넘기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해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농을 던지며 웃음을 지었다.

신카이 감독은 영화의 성공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덕분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슬램덩크'가 개봉하고 대히트를 했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은 관객이 재미있게 봐주시는 와중에 그 다음에 개봉한게 '스즈메의 문단속'이라 많은 분들이 선택해준게 아닐까 생각해요. 어쩌면 이 영화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그 자체, 재해를 입고 상처를 입은 소녀가 회복해나간다는 이야기가 한국의 젊은 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준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제공=미디어캐슬
신카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비하면 자신의 작품은 등장인물도 불완전하고 영화의 퀄리티도 많이 부족하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그런 영화를 보고 한국 관객들이 뭔가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마음속으로 받아주는 것을 보면서 다정함을 느꼈단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감독의 재난 3부작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이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혜성 충돌을, '날씨의 아이'에서는 기후변화라는 세계관을 설정했고,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자연재해인 지진을 다룬다. 특히 이번 작품은 2011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다. 때문에 영화를 제작할 때 고민스러운 부분도 있었다고 신카이 감독은 말했다.

"상처가 생생하게 남아있는 이들이 많고 아직 피난 중인 사람도 수천 명이에요.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순간 등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하지말자, 돌아가신 분들을 재회하는 이야기로 만들지 말자 등의 방침을 정했죠. 트라우마가 있는 분들이 우연히 영화를 보고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영화관에는 주의사항이 쓰여 있어요. '지진경보가 울리고 그려내고 있습니다'라는 것을 먼저 알려요. 인터넷으로도 알리고요. 트라우마가 계신 분들이 혹시 별 생각없이, 우연히 보고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주의를 주는 작업도 했어요."

스즈메가 여행하는 지역들은 모두 과거에 재난을 겪었던 곳이다. 하지만 스즈메가 살고 있는 마을은 실재하는 곳이 아닌 가공의 마을로 택했다. 이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성지순례'처럼 배경이 된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제공=쇼박스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제공=쇼박스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제공=쇼박스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제공=쇼박스
실제 재난 사건을 소재로 다룬만큼 직접적인 묘사는 피하기로 했다.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모습과 동일본 대지진 그 자체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겠다는 걸 영화를 만들 때부터 처음부터 정해둔 약속이었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다음 세대에 전달해 왔어요. 애니메이션도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미디어죠. 사회에서 일어났던 큰 재해가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일어났던 재해를 이야기로 만들어 엔터테인먼트화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이 영화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뒤 12년 후에 만들어졌어요.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기 위해선 1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어떤 재해가 일어나고 4~5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면 너무 생생하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긴 힘들었다고 생각해요."

신카이 감독은 지브리 스튜디오 이후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현 상황에 대해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제 작품이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은 맞지만 전체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을 생각하면 아주 미미한 부분이에요. 최근 일본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이 널리 퍼지고 힘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일본 배급사가 10~15년 동안 계속 노력해 왔죠. 그렇게 애니메이션을 해외로 널리 알리려는 노력이 지금에서야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침 코로나가 거의 종식되는 타이밍에 그들이 원하는게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손 그림으로 한 장, 한 장 사람이 그리다 보니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요. 그 방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과제로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상황이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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