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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가 중국·러시아의 놀이터 되지 않게 해달라”

“중미가 중국·러시아의 놀이터 되지 않게 해달라”

기사승인 2024. 08. 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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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야권 "자국 추천 중미통합체제 사무총장 후보 보이콧"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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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오른쪽)과 영부인이자 부통령인 로사리오 무리요 여사. /예페통신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패권 경쟁으로 신냉전이 도래한 가운데 중앙아메리카가 친중·친러시아로 전락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니카라과 야권에서 나왔다. 니카라과는 쿠바와 함께 중미의 대표적인 친북·반미 성향의 국가다.

27일(현지시간) 에페통신에 따르면 니카라과의 야당인 '니카라과 민주협의(CDN)'는 성명을 내고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중미를 외교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줄 세우려 한다"며 니카라과 정부가 추천한 후보를 차기 중미통합체제(SICA) 사무총장으로 선출하면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DN는 "니카라과가 이미 뚜렷한 친중·친러 노선을 걷고 있다"며 "중미에서 이런 외교적 노선이 득세하게 되면 1980년대 과거 냉전 때 (정치탄압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비참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1년 출범한 SICA는 벨리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등 8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기구다. 중미 국가만으로 구성된 협의체 성격의 기구이지만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등 11개국이 지역 옵서버국으로 가입해 있다. 한국은 21개국 역외 옵서버국국 중 하나로 SICA에 참여 중이다.

SICA 사무총장 자리는 현재 공석이다. 니카라과 정부의 추천으로 2026년까지 임기 4년의 사무총장에 선출된 웨르네르 바르가스가 지난해 11월 돌연 사퇴하면서다. 바르가스는 당시 개인적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지만 외교계에선 "그가 사퇴를 당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SICA 고위 관계자는 "바르가스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탁을 니카라과 정부로부터 받았고, 고심 끝에 물러난 것"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중남미 언론은 바르가스가 니카라과의 외교노선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니카라과는 러시아를 SICA의 옵서버로 가입시키려 했지만 과테말라와 코스타리카의 반대로 무산됐다. 두 국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에게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점을 들어 러시아의 옵서버 가입을 반대했다.

니카라과는 자국 추천으로 선출되는 사무총장이 사임한 바르가스의 잔여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니카라과는 신임 사무총장을 세운 후에도 러시아의 가입을 다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언론은 "니카라과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도 옵서버로 가입시키는 한편 대만을 SICA에서 축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을 미국의 군사기지라고 비난하는 니카라과는 2021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니카라과는 지난 4월 대만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 반대로 수교 45년을 맞은 북한에선 대사가 최근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과 주체사상탑 등을 방문하는 등 평양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남미 언론은 "대만과의 단교와 중국과의 수교를 단행한 2021년 이후 니카라과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를 꼽으라면 서울과 평양을 두고 우선순위를 바꾼 것"이라며, 이는 니카라과가 고집하고 있는 친중·친러시아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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