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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설왕설래] 5800건 중 ‘8건’ 인용…“사문화된 ‘법관기피제’ 재정비 필요”

[서초동 설왕설래] 5800건 중 ‘8건’ 인용…“사문화된 ‘법관기피제’ 재정비 필요”

기사승인 2024. 10. 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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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2024년, 약 9000건 중 인용은 12건
재판부 '부당 소송지휘'에도 대응할 수단 없어
'소속법원'이 최종 판단…"고양이 목 방울 달기"
법조계 "외부 위원 구성 별도 위원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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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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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법관을 변경할 수 있는 '법관기피 신청 제도'가 인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제도가 사문화된 상태로 재판에서 부당한 처사를 당해도 항변할 창구가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피 신청에 대해 사법부가 스스로 재판하고 있는 상황을 원인으로 지적하며, 공정성 강화를 위해 별도 위원회 도입 등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9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법관 제척·기피·회피 신청은 총 5860건이 접수됐으나 0.13%인 8건만 인용됐다. 2015년까지 기간을 넓혀 봐도 약 9년 동안 9000건에 가까운 신청이 있었지만 인용 건수는 12건에 불과했다.

극도로 낮은 인용률에 법관이 부당한 소송 지휘나 부적절한 지시를 해도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일례로 지난 1월 '납북귀환어부' 재심 사건의 재판부가 출석 의무가 없는 피고인 유족(재심 청구인)이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며 기일을 연기한 바 있다. 유족 측이 "형사소송법상 청구인은 출석이 강제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재판부는 "법이 그래도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족 측은 법관기피 신청을 냈다. 사건을 담당한 최정규 변호사는 "재판에서 잘못된 일이 일어나도 할 수 있는 건 기피 신청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결국 이 신청마저 '기각'으로 종결됐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선 별도의 독립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형사소송법은 기피 인용 여부를 기피를 당한 법관의 소속 법원 합의부에서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 상황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의 최 변호사는 "기피 신청 결과를 또 다른 판사에게 맡기는 게 과연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법원도 공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 신뢰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려 자문 의견 정도는 들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입법학회장을 지낸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 역시 "정당한 기피 신청을 가릴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외부 위원회가 재판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합당한 '권고'를 내리면 법원에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 교수는 이어 "기피 신청 중에서도 재판지연 전략 등 차원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법관이 실제로 편견을 가지거나 말을 함부로 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기 위해선 제도 남용 사례에 대한 분석이 우선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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