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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증권사가 발굴한 ‘밸류업 우수기업’…눈길을 끄는 이유는

[취재후일담] 증권사가 발굴한 ‘밸류업 우수기업’…눈길을 끄는 이유는

기사승인 2024. 10. 0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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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지난 7일 '밸류업 지수, 우리가 만든다면?'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보고서를 내 증권가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거래소가 지수 선정 기준으로 삼은 '정량 평가'(시총·배당 등)가 아닌 기업의 소통의지 등을 포함한 '정성 평가'를 새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에 대해 시장의 반응이 워낙 싸늘한 상황에서 나온 보고서여서 증권계 안팎에선 '오죽하면 증권사가 이런 보고서까지 낼까'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죠.

우선 보고서는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 중 24개 종목을 지수 편입 종목으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근거로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요건으로 지수에 편입시켰지만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구체적인 비전이 부족했고, 나아가 기업 지배구조와 중장기 전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실적이 일시적으로 양호했던 기업이 기술적으로 편입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선정 기준과 관련한 논란은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밸류업 공시 여부가 지수 편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 데에 우려가 높습니다. 최근 만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저평가주를 발굴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보다는 지수 운용이나 수익적 측면만 고려해 이미 고평가된 대형주들을 억지로 지수에 편입한 것 같다"는 볼멘소리를 한 것도 이런 맥락이죠.

증권가는 밸류업 제도의 본질이 기업의 노력과 적극적인 소통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주가순자산비율과 자기자본이익률 요건을 미충족하더라도 관심 있게 봐야 할 건 기업의 개선 가능성과 기업 의지라는 겁니다. 주주와 꾸준히 소통하는 기업이라면 실적 턴어라운드 가치도 적극 고려해 특례요건으로 보완하는 등의 정밀한 손질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신영증권이 추천한 '밸류업 우수기업 10선'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적 턴어라운드와 함께 주주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는지, 주주환원에 의지가 있는지 등 정성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밸류업 취지와도 맞아 보입니다.

국내외 혹평이 쏟아지자, 거래소는 내년 6월 정기 변경에 앞서 올해 안에 구성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밸류업 지수가 외면받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치 상승 여력이 충분한 저평가주나 중소형주를 발굴하는 노력이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자기자본이익률 등을 높이는 주주환원 정책에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주주와의 소통 등 정성 평가를 담은 신개념 지수도 함께 개발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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