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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키움증권 국감 불발…기약없는 사회환원 약속

[기자의눈] 키움증권 국감 불발…기약없는 사회환원 약속

기사승인 2024. 10.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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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본사(TP)
키움증권 본사. /키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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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의 국감 출석이 결국 불발됐다. 지난 17일 오후 엄 대표가 금융감독원 국감 증인으로 나오기 직전 국회 정무위원회는 별안간 출석 신청을 철회했다. 구체적인 철회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이 자리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출석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10일 철회됐고, 엄 대표의 대타(?) 출석 역시도 불발된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엄 대표가 지난해 4월 국내 증시를 흔든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후속조치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 질의를 받을 것으로 봤다. 당시 김익래 전 회장은 주가 폭락 사태 직전, 보유 중인 다우데이터 주식 140만주를 처분해 6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겨 논란이 됐다. 이후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긴 했지만 김 전 회장이 약속한 사회환원 일환인 장학재단 설립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김 전 회장이 약속한 지 1년 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재단 설립이 가시화되지 않자, 이를 두고 김 전 회장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엄 대표의 출석은 사회환원 약속에 대한 실행 의지를 공식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인데, 이제 물 건너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불발로 사회환원 이행 의지 등을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정무위 내부에서 종감 추가 증인 채택 요구도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불발된 증인 채택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여기에 키움증권이 스스로 사회환원 의지를 밝힐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사실 공익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기한은 두세 달이면 충분하다. 앞서 지난 7월 효성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공익재단 설립에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불과 석 달 만에 재단을 출범시켰다. 다시 말해 김 전 회장의 사회환원 약속은 의지의 문제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기약 없는 약속이 이어지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키움증권 입장에서도 이번 불발은 결코 호재일 수가 없다. 업계는 엄 대표의 출석으로 인해 키움증권이 시장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후속조치와 관련한 대책들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여러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불발은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힘든 상황을 모면한 것이 아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날린 악재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국감은 국민을 대신해 국회의원들이 문제를 찾아내고 시정을 요구하는 자리여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증인 채택을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은 사태와 관련해서는 더 신중하게 국감에 임해야 한다. 당사자인 키움증권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이번 불발로 안도하지 말고 스스로 해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길인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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