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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 유해물질 노출 인정한 ‘태아산재법’ 첫 사례, 연내 나올까

임신중 유해물질 노출 인정한 ‘태아산재법’ 첫 사례, 연내 나올까

기사승인 2023. 10. 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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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인 근로자의 유해환경 노출로 인한 태아의 장애를 인정하는 '태아산업재해보상법'(산업재해보상법 시행령 개정안)의 첫 적용 사례가 시행 첫해인 올해 안에 나올지 노동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모두 6건의 태아 산재 신청에 대한 조사가 현재 진행중이다. 이 중 지난 2021년 접수된 5건 가운데 3건은 문헌고찰과 면담, 현장조사 등을 거쳐 지난 20일 역학조사평가위원회에서 심의에 들어갔다.

역학조사 결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한 후 심의·의결해 근로복지공단에 회신해야 하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20일 첫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역학조사평가위원회가 추가 논의에서 결론을 내면,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전달받아 최종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태아산재 승인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우선 조사 인력 부족과 의뢰 건수 급증으로 전체 역학조사 처리 기간이 길어진 데서 찾을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산재 중 희귀질환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경우, 역학조사 평균 소요일수가 2018년 384일에서 2022년 664일로 늘어났다. 원래는 180일 내에 역학조사를 심의·의결해야 하지만 내부 지침이라 강제성이 없다"며 "역학조사 대상의 복잡·다양화까지 겹쳐 조사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 미처리된 2016∼2020년 역학조사 처리에 집중한 측면도 영향을 미쳤다"며 "역학적 인과관계에 대한 충분한 조사기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태아에 유해하다고 인정된 요인 17건이 전체 유해물질(1484개)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역학조사 결과 도출을 어렵게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앞서 태아산재보상법 제정은 2020년 대법원이 제주 지역의 같은 병원에서 일한 간호사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지닌 아기를 낳은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태아 산재 인정 판결을 내린 것에서 비롯됐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근무하는 동안 유해성분의 약가루를 흡입한 것으로 조사된 간호사 8명 중 4명은 유산하고 나머지 4명은 출산했는데,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유산 간호사 4명을 상대로 산재를 인정했다. 그러나 산재보험법은 근로자 당사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이유로 자녀 4명에 대해서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주환 의원은 "역학조사가 늦어질수록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재해자의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산재 피해자들이 더 빠르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인력 확충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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