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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칼럼] 강민수 국세청장, 취임 후 첫 조사의 화두는 리베이트다!

[대기자 칼럼] 강민수 국세청장, 취임 후 첫 조사의 화두는 리베이트다!

기사승인 2024. 10. 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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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환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리베이트는 품질 향상 및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해당 비용으로 소진돼 경제·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한다. 오랫동안 유지돼 온 산업계 리베이트 수수 행태는 공정 경쟁을 훼손하고 대다수 국민이 누려야 할 혜택을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으로만 집중시키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리베이트는 판매한 상품·용역의 대가 일부를 다시 구매자에게 되돌려주는 행위로, 흔히 일종의 ‘뇌물적’ 성격을 띤 ‘부당고객 유인 거래’ 를 뜻한다는 게 국세청의 보는 시각이다. 즉 리베이트는 뇌물이라는 것이다.

강민수 국세청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은 '부당이익을 누려온 리베이트 탈세자, 끝까지 추적하여 불공정의 고리를 끊겠습니다'이다. 정부 각 부처나 업계가 내놓는 보도자료 제목과는 사뭇 다르다. '작심하고' 내놓은 것이기에 그런 것 같다. 통상 보도자료 제목은 서술형이 아니다. 내용을 함축하는 단어를 나열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긴 서술형 긴 문장을 보도자료 제목으로 선택한 것은 국세청이 보고 있는 리베이트 비리가 중한 정도를 넘어 근본부터 뿌리를 뽑지 않으면 안 될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세청 분석 자료에 따르면 리베이트는 3가지 업계에서 지나칠 정도로 과감하다. 건설업계와 의약품업계, 보험중개법인 등 3가지 영역의 리베이트가 매우 엄중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중 먼저 의약품업계의 리베이트를 들여다보면 의사들이 여타 직종 가운데 최고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은 누구다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의약품업계로부터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는 것은 국민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돈을 벌어야 만족할까” 싶을 정도이다.

대법원은 12년 전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의약품 오남용 △국민 건강에 악영향 △의약품 유통체계·판매질서 저해 △의약품 가격 상승 △건강보험 재정 악화 및 국민에 부담 전가 등을 초래하는 사회 질서에 반하는 행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리베이트는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베이트가 아쉬운 쪽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측에게 잘 보이려고 돈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용어임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접대비 항목을 편성해 두고 접대를 공식화하고 있다. 접대비가 리베이트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리베이트 관행의 뿌리는 접대비가 아닐까.

의사들의 일탈은 정말 다양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예식비·신혼여행비·예물비를 받은 의원 원장 부부를 비롯해 서울 시내 최고급 호텔에서 돈 한 푼 내지 않고 이용한 병원 소속 의사, 수천만원 상당의 고급가구·대형가전을 집에서 받은 의사, 1000만원 상당의 냉장고, 컴퓨터를 받은 의원, 1000만원상당의 상품권을 받아 챙긴 병원장 등 의료진의 도덕적 해이 정도는 상상을 뛰어 넘는다.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은 의료인들도 상당하다.

배우자 및 자녀 등을 의약품 업체 주주로 등재한 뒤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지급 받은 병원장의 사례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런 리베이트 자금은 마트 등에서 카드깡으로 만든 현금이 바탕이 된다. 의약품업체의 도덕적 해이도 가관이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 의약품업체 영업담당자들이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을 밝히느니 세금까지 본인들이 부담하겠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보니 의료계 카르텔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리베이트는 널리 알려져 있다. 가끔 사법당국이 재건축조합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낯설지 않다.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대가로 일을 하지도 않은 조합장 자녀에게 수억원의 급여를 지급하거나 재건축·재개발조합 관계자에게 역시 가공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건설업계의 케케묵은 리베이트가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전 세무조사에서는 의약품 시장의 명확한 갑·을 관계, 즉 리베이트 수수자를 밝히는 경우 아예 거래가 끊기는 취약함과 리베이트 건별 추적에 소요되는 인력·시간의 한계로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지 못하고 제공 업체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그런 탓인지 우리 사회를 좀 먹고 있는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과 재건축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개별 세무조사에 나서 소득세 등을 추징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특히 리베이트 규모가 크거나 악의적인 변칙 회계를 동원한 경우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해 형사고발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국세청의 의지를 믿고 싶다. 취임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강 국세청장이 리베이트 관행을 철저히 뿌리 뽑아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주목된다. 그와 국세청 구성원의 결단을 높이 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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