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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재테크]신품보다 비싼 중고, 명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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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기자

승인 : 2014. 11. 21. 05:55

서울 강남 청담동 중고명품시장, 명품가방 명품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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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청담동에 자리한 한 중고명품매장에 전시된 중고명품가방들. 상단의 에르메스 버킨 제품은 매장 내 최고가 제품으로 왼쪽이 1500만원대, 오른쪽이 5000만원대 제품이다. /사진 = 송병형 기자
“결혼 예단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당장 신품을 구할 데가 없으니까 돈을 더 주고서라도 중고를 사는 거예요. 그래서 중고가 오히려 신품보다 비쌉니다.”

서울 강남 청담동 한 중고명품매장의 판매원이 매장 내 에르메스 버킨 가방을 두고 한 말이다.

에르메스 버킨과 같은 한정품은 사고 싶어도 못산다. 출하되는 제품 자체가 몇 점 안되고 매장에서도 중요고객(VIP) 중에 VIP에게만 판매한다. 희귀할수록 인기를 끄는 명품의 특성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매장에서 신품을 확보해 내다팔기만 해도 100만원은 그냥 남는다. 명품가방이 재테크의 한 수단으로 떠오른 이유다.

물론 모든 명품가방이 재테크의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명품가방은 고가로 갈수록 인기를 끈다. 특히 재테크의 수단이 되려면 한정품은 돼야 한다. 고가의 한정품은 중고인데도 1500만~2000만원대에 거래된다. 5000만~6000만 원대에 거래되는 초고가 제품도 있다.
고가의 한정품이 아니라면 보통 신품 매장가격의 30%대를 넘기 힘들다. 명품가방을 써오던 사람들이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면서 쓰던 걸 버리기가 아까워 내다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담동에는 이 같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시장이 형성된 경우다. 청담동에 자리한 중고명품매장은 40~50곳에 달한다.

명품가방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일부 부유층에 한정돼 있다. 고가의 한정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일찍부터 중고명품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조차 구하기가 어려워 한국까지 찾아오는 관광객이 있을 정도다.

이렇게 발품을 해서라도 일단 물건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고가의 한정품일수록 계속해 신품의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버킨의 경우 현재 1000만원대의 제품이 몇 해 전에는 800만원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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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에 자리한 중고명품매장. 이 매장에 가면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형성된 청담동 중고명품시장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일부 업자들이 강남 라마다호텔에 세를 내고 부자들이 가지고 있던 금을 비롯한 귀금속과 명품시계를 매입하면서 청담동 중고명품시장이 시작됐다. 이 매장에는 당시 거래에 참여했던 업자가 일하고 있다./사진 = 송병형 기자
한국의 중고명품시장은 일본과 비교해 볼 때 아직 초기 단계다. 일본의 명품시장은 신품시장부터 중고시장은 물론이고 경매시장까지 연결돼 있다. 인터넷을 통한 거래는 기본이다.

한국에서는 불과 10여 년 전에 중고명품가방이나 중고명품의류·신발 등이 시장을 통해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거래품목이 귀금속이나 명품시계 등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에 자리한 중고명품매장인 우진워치 이진세 씨(58)는 “외환위기 당시 업자들이 강남 라마다호텔 1층에 세를 내고 다이아몬드·금 등 귀금속과 명품시계를 매입한 것이 청담동 중고명품시장의 출발이 됐다”고 말했다.

이 씨도 그 업자들 중의 한 명이었다. 이전까지 이 씨는 남대문 도깨비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청담동에 자리를 잡았다. 청담동 거리에 남아 있는 중고명품시계매장은 당시의 흔적이다. 10여 년 전 명품가방이 중고시장에 진입한 뒤 이 씨가 일하는 우진워치는 명품시계에 더해 명품가방까지 취급하기 시작했다.

청담동에는 우진워치와 같이 각종 중고명품을 취급하는 매장과 중고명품가방·옷·신발 등을 주로 취급하는 매장이 혼재돼 있다. 10여 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중고명품가방매장 중에는 전국에 10여개의 매장을 가진 업체도 있다.

이 씨에 따르면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명품시계가 명품가방보다는 낫다.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변동이 심하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중고명품시계의 가격은 신품 가격의 50% 내외다. 고가의 한정품을 제외한 중고명품가방의 경우 신품 가격이 500만원이라면 중고 가격은 100만~150만원 사이다. 신품의 20~30%대 수준이다.

청담동 중고명품매장들에서는 중고명품을 매입하기도 하고 위탁판매를 하기도 한다. 위탁판매의 경우 판매 가격의 10% 정도를 매장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최종적으로 중고명품시계를 팔면 많이 받아도 신품을 구매했을 당시의 50% 이하를, 보통의 중고명품가방을 팔면 30% 이하의 돈을 손에 쥐게 된다. 나머지는 명품을 소유하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향유한 대가다.

이 씨는 “보통 물건들은 사고 나면 그냥 돈을 버리지 않느냐”며 “그나마 이 정도의 돈이 되는 것은 명품 뿐이다”고 말했다.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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