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취소냐, 철회냐, 뭣이 중헌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612010006273

글자크기

닫기

한제윤 기자

승인 : 2024. 06. 13. 07:24

웹용 파일
전국 의대·병원 교수진의 집단 휴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시작은 의대정원 증원이었지만, 정부의 행정처분 철회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지는 게 또 다른 표면적 이유였다.

정부는 최근 전공의의 복귀를 촉구하면서 그간의 행정처분 명령을 철회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의대 교수진은 '철회'가 아닌 '취소'를 요구하며 전면 휴진 카드를 꺼냈다.

취소는 소급적용돼 처음부터 없던 일이 되지만, 철회는 전력은 남은 채 시행 시점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뜻이 다르다. 다만 실제 효력이 발생한 행정처분이 없으면 취소나 철회나 추후 처분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법조계 측 해석이다.

그럼에도 의료계에서 취소와 철회를 물고늘어지는 것은 넓게 보면 정부의 급진적 의료개혁에 대한 반발, 좁게 보면 각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사실 휴진이란 결과는 같지만, 따지고 보면 교수진과 대한의사협회 측은 궤를 달리한다. 교수진의 휴진은 전공의의 이익 편에서 전에도, 앞으로도 행정처분에서 이들이 자유하도록 명령 전면 취소를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 의협의 휴진은 의대생과 의사 집단의 이익 편에서 의대 정원 증원 수를 줄이지 않으면 타협하지 않겠다는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의협은 "부끄러운 선배가 되지 말자"며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
의사들에게 취소와 철회의 차이는 중요한 이슈일 지 모른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보다 의사이기 전에 한 개인으로서의 요구가 앞설 수도 있다. 그렇기에 취소냐 철회냐를 놓고 집단행동의 명분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는 현 시점에서 국민 건강을 볼모로 잡는 '휴진' 카드를 내밀고 있는 모습에서 존경받는 의사의 무게감은 있는지 묻고 싶다.
한제윤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