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하마스 ‘이스라엘版 9.11’ 계획했었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13010006542

글자크기

닫기

최효극 기자

승인 : 2024. 10. 13. 15:19

'10.7 이스라엘 기습공격' 수년간 모의
2022년 목표…이란 끌어들이려 지연
이란 군 사령관에 계획알리고 지원요청
이스라엘 확보한 기습공격 정보 못믿어
MIDEAST ISRAEL PALESTINIANS GAZA CONFLICT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 발라 해변에 이스라엘이 공습을 피해 피난온 팔레스타인들이 설치한 텐트촌. 팔레스타인 보건부와 이스라엘 국방군(IDF)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무장세력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 지구에서 전개한 작전으로 인해 4만25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과 140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EPA 연합뉴스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200명을 학살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애초엔 '9.11' 스타일의 대규모 공격을 계획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등 외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칸 유니스의 지하 하마스 지휘본부에서 확보한 59쪽 분량의 전자문서와 서한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동맹과 연합해 이스라엘을 동·남·북에서 공격하고 항공기를 동원해 텔아비브의 고층건물을 무너뜨리는 계획을 세웠다. 이 문서는 2023년 10월7일 기습공격을 앞두고 야이햐 신와르 등 하마스 지도자들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의 10차례 비밀회의 의사록과 서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을 앞두고 이 문서를 공개했다.

◇이란 '10.7'공격 사전에 알았나
서한 중에는 1만2000명의 하마스 대원 훈련에 필요한 자금 수천만 달러를 이란 지도자에게 요청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란이 이런 공격 계획을 알았는지 자금요청에 응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하마스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직접 대적하도록 유도하려고 했던 것으로 이스라엘은 보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하마스는 원래 작전명 '빅 프로젝트'를 2022년 가을 실행에 옮기려고 했으나 이란과 헤즈볼라를 끌어들이려고 연기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어 2023년 7월 레바논에 급파된 하마스 고위관료가 이란 군 사령관에게 공격이 시작되면 이스라엘의 '민감한 지역'을 타격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사령관은 원칙적으로 이란과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공격계획을 지지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서엔 하마스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공격계획을 알렸는지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가자전쟁 발발 하루 만에 이스라엘에 로켓포를 발사하면서 교전을 시작했고, 이란은 올해 4월 이스라엘이 이란의 시리아 영사관을 폭격한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또 문서엔 공격계획을 암살된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상의할 계획이라고 나오지만 실제 상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과 헤즈볼라가 하마스의 공격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는 이후에도 계속 의문으로 남아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하마스의 10.7 기습공격을 사전에 몰랐다고 공개적으로 부인한 바 있다. 미국 정보당국도 공격이 발생한 뒤 이란 지도자들이 깜짝 놀라는 정황이 담긴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란과 헤즈볼라가 공격계획을 지지한다고 확신했지만 결국은 이들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단독 공격을 하게 될지 모른다고 결론을 내렸다.

LEBANON-ISRAEL-PALESTINIAN-CONFLICT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2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도시 나바티예의 건물이 잿더미로 변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공격계획 몰랐나

하마스가 10.7 이스라엘 공격을 단행한 배경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정상화를 무산시키고,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점령 공고화에 타격을 주고, 알아크사 성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 강화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10.7 이스라엘 공격 작전명도 '알아크사 홍수'였다.

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기습공격 계획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2년간 이스라엘과의 큰 충돌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평온을 원한다고 확신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계획을 사전에 입수했음에도 지휘관들은 하마스가 이를 실행할 의도나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았다. 문서를 통해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 정보기관들 사이에 비난이 촉발됐다.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하마스 지도자들은 '빅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작은 충돌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이스라엘 정보 요원들은 그런 사실을 인지했지만, 10.7 기습 공격 이후에야 그 용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공개된 하마스 군사·정치 지도부의 회의록에 공격에 필요한 무기수송 계획이 담겨 있으며 하마스 지도자 신와르와 이란 당국 간 서신이 여러 차례 오갔다며 이란의 공격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란 대표부는 "모든 계획, 의사 결정과 지휘는 가자지구 하마스 군사조직에 의해 단독으로 실행됐다"며 "이를 이란이나 헤즈볼라와 연결하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으며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즈볼라 대변인도 CNN 방송에 "순교한 지도자 나스랄라가 말했듯이 헤즈볼라는 하마스가 10월7일에 실행한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최효극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