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혜원기자의 문화路] 이진한 작가 내밀한 이야기 담긴 캔버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3010006525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11. 21. 13:25

갤러리현대서 개인전...타국서 느낀 소외감, 사랑의 아픔 등 작품으로
이진한1 전혜원 기자
이진한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 개막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이진한 작가. /사진=전혜원 기자
홍익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15년간 작품 활동을 펼치다 귀국한 이진한(42)은 국내 3대 갤러리 중 한 곳인 갤러리현대가 주목한 젊은 작가다. 해외 미술시장에서 한국 젊은 여성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갤러리현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80년대생 여성 작가라는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이진한은 굉장히 내밀한 사적인 이야기를 캔버스에 풀어놓는 작가다. 자신이 샤워하면서 떠오른 생각이나 이별의 아픈 기억, 화장을 하는 모습, 심지어 변기에 앉아 있거나 술을 마시고 토하는 장면까지 작품의 소재로 활용했다. 그는 자신에게 회화란 "어둠 속 관객이 꽉 찬 연극무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의 모놀로그 퍼포먼스와 같이, 작가의 사적 언어가 세상의 언어와 충돌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전시 전경
이진한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장 1층에 걸린 '샤워 생각'(왼쪽)과 '샤워 생각(퍼플)'. /갤러리현대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영국으로 건너간 이후 귀국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갤러리 1층에 들어서면 샤워기와 물줄기가 묘사된 대형 작품 2개가 나란히 걸려 있다. 2014년에 그린 '샤워 생각'과 2024년에 제작한 '샤워 생각(퍼플)'이다. 같은 모티브에서 출발해 10년의 시차를 두고 변주된 작품이다. 작가는 샤워하다가 떠오른 좋은 생각을 뜻하는 '샤워 생각'(Shower Thought)라는 신조어에 흥미를 느꼈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진한은 "샤워하면서 그날 오후에 한 생각이 작품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지하로 내려가면 '발'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작가에게 있어 맨발은 '아주 친밀한 관계'를 암시한다. "몇 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었는데 어머니는 한 번도 할머니 앞에서 맨발을 보이지 않으셨어요. 항상 덧신을 신고 계셨죠. 맨발이 맞닿을 때는 친밀한 연인과 서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닌가 싶어요."
이진한 작가 개인전 전경 전혜원 기자
발을 소재로 한 이진한 작가의 작품들. /사진=전혜원 기자
세 자매 중 둘째인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작품 '세 송이의 노란 꽃'도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다. 그림에서 작가는 두 자매로 보이는 밝은 꽃과 달리, 조금은 어두운 노란 꽃으로 표현돼 있다.

꽃과 나무는 작가의 주된 소재 중 하나다. 이승호의 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인 '진정한 장소'에서는 폭발적으로 피어나며 사랑을 주고받는 나무들이 등장한다. '붉은 해바라기'에서는 사랑의 강렬함과 몰입감이 커다랗고 빨간 꽃으로 표현됐다.

이진한2 전혜원 기자
이진한 작가. /사진=전혜원 기자
이번 전시 제목은 자각몽이라는 뜻의 '루시드 드림스'(Lucid Dreams)다. 자각몽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꾸는 꿈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꿈과 현실이 혼합된 듯한 장면들로 선보이는 작가는 마치 꿈의 세계에 들어온 듯 관객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관람하길 제안한다.

한국이 북한인지 남한인지도 잘 모르던 시절 영국으로 유학 가서 힘들었다는 이진한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이방인과 같았던 자신의 내면을 작품으로 고백한다. "제가 설 자리가 어딘지 모르는 기분은 늘 저와 함께 했어요. 그 틈을 메우는 역할로 회화를 이용했죠. 저에게 회화는 불가능한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해 주고, 마음껏 꿈을 꾸는 공간이었습니다."

전시는 12월 22일까지.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