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부모님께 효도하려다”… 연말 티켓사기 ‘아옮’ 피해 속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21010010456

글자크기

닫기

정민훈 기자 | 김임수 기자

승인 : 2024. 11. 20. 17:36

활개치는 온라인 사기
피해자 모임만 8500여명 67억 규모
주민등록증 조작 등 수법도 교묘해
은행 계좌 지급정지 거절로 피해 커
경찰 '병합수사' 통해 피의자 추적
#30대 직장인 A씨(39·서울)는 연말을 맞아 대구에서 열리는 나훈아 콘서트를 예매하려다 우연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티켓을 양도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A씨는 글 작성자 B씨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B씨는 본인이 예매한 좌석을 취소한 뒤 곧바로 A씨의 아이디로 해당 좌석을 구매하는 이른바 '아옮'(아이디 옮기기) 방식을 제안했다. A씨는 사기를 의심했지만,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B씨의 제안을 수락했고, 곧바로 B씨의 계좌로 36만원을 송금했다. 그러자 B씨는 입금자명이 잘못 기재됐다며 다른 계좌로 송금을 재차 요구했고, A씨가 이를 거절하며 환불을 요구하자 욕설과 함께 잠적했다. A씨는 "부모님께 효도하려다가 사기를 당했다"며 "은행에 연락해 B씨의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했으나 경찰서 신고 접수가 먼저라며 거절당하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잇따르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아옮' 거래를 빙자한 인터넷 직거래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경찰이 피의자 추적에 나서고 있지만, 아옮 수법으로 돈을 갈취당한 피해자들은 직접 온라인에서 '사기 피해 모임'을 꾸려 피해 규모와 사기 조직의 수법을 공유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일 기준 온라인에서 운영 중인 사기 피해 모임 오픈채팅방 5곳의 총 피해자는 8500명이 넘는다. 아옮 피해자 박모씨가 지난 3월부터 모임을 조직해 이달 10일까지 집계한 피해자만 1만명에 근접해 가고 있다. 이들이 입은 피해 규모도 67억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피해자들이 현재까지 파악한 사기 조직이 사용한 계좌 수는 3501개, 명의자만 63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계좌 중 일부는 명의도용한 계좌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인터넷 직거래 사기 피해 접수 건수는 31만2321건으로 총 피해액만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신고를 접수하지 않은 건들을 감안하면 인터넷 직거래 사기 피해액은 연간 4000억~5000억원 수준인 보이스피싱 범죄 규모와 비슷하거나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기 수법도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의 신원을 주민등록증과 자동차운전면허증으로 먼저 인증하는 수법을 사용했는데, 이마저도 모두 조작된 사진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현란한 언변술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SNS를 통해 뮤지컬 티켓을 양도받으려다 피해를 입은 C씨는 최초 티켓값으로 18만원을 송금했다가 '예매수수료 2000원을 추가해 18만2000원을 송금해야 한다' '입금자명에 액수를 기재해 다시 송금하면 업체에서 자동 환불 처리된다' 'A씨 계좌가 사기 거래 의심 계좌라고 뜬다. 다른 계좌로 보내야 한다'는 식으로 추가 입금 요구에 응하다 결국 140만원가량을 입금하고 나서야 뒤늦게 사기임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C씨는 "경찰에서는 해외 SNS 이용자들을 특정하기가 어렵고 계좌주를 추적하는 식으로 잡는데, 통장주가 본인도 피해자라고 항변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경찰은 인터넷 직거래 사기의 경우 송금하면 피해회복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즉시 은행의 착오송금 반환신청이나 계좌 지급정지 신청 등으로 피해를 막아볼 수도 있지만 개인 간 직거래 사기에는 계좌지급 정지 신청 등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사건을 취합·분석한 뒤 범죄 연관성이 높은 사건을 하나로 합쳐 수사하는 '병합수사'를 통해 피의자 추적에 나서고 있다. 사기 조직과 연관 없는 일부 사건의 경우 집중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피의자 가운데 상당수는 국내가 아닌 해외를 거점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어 이들의 꼬리를 잡는 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통장 거래' 행위를 보다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YK 이동훈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이나 인터넷 금융사기의 경우 유령 법인을 설립한 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별도 대포통장을 유통하는 팀이 따로 있을 정도"라며 "대가를 받고 통장을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 초범에 범죄에 이용되는지 모르고 빌려줬다고 하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오기도 한다. 다만 요즘에는 대가를 안 받았어도 징역형이 선고되는 등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김임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