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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한국 남자들 중 소싯적 헤비 메탈에 안 미쳐본 사람 없고, 대부분에게 메탈리카는 이 장르의 '신'(神)이나 다름없었기에 "당장 수입하세요!"를 외칠 뻔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공연 실황 영화는 국내에서 돈을 번 전례가 없었다. "아무리 골수팬이 많아도 그들이 전부 극장으로 오란 법은 없다. 극장에서 돈을 내고 공연 실황을 관람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 같은 주장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던 수입업자는 어떤 이유때문이었는지 결국 수입을 포기했고, 결국 메탈리카의 공연 실황 영화는 얼마 후 국내에서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 빛의 속도로 종영했다.
그로부터 십 여년이 흐른 요즘은 어떤가? 가수들의 공연을 보러 극장에 간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팬덤을 보유한 소수의 국내 인기 아티스트들에 국한되고 있지만, 이들의 콘서트 무비가 하루가 멀다하고 개봉하고 있어서다.
1월에만 벌써 세 편이 관객들과 이미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지난 8일과 9일 (여자)아이들과 김재중의 공연 실황 영화가 공개됐고, 설 연휴 시작을 앞둔 오는 24일에는 아이유의 두 번째 콘서트 무비가 베일을 벗는다.
앞서 지난해에는 임영웅·에픽하이·김범수의 공연 실황을 담은 작품들이 상영됐다. 이 중 임영웅의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35만명을 동원해, 2019년 개봉했던 방탄소년단(BTS)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34만명)을 제치고 콘서트 무비로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아직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2024년 아이맥스(IMAX)·스크린엑스(X) 등과 같은 복합상영관의 특수관 매출액은 역대 최고 기록인 전년도 195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연 실황 영화의 개봉 편수와 흥행 성적이 모두 2023년을 앞서기 때문이다.
관람료가 비싸 객단가 또한 높은 공연 실황 영화의 유행은 올해도 계속될 듯 싶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득세로 극장용 한국 극영화 제작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비용 대비 수익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오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극장가의 '효자 상품'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을지 눈여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