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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가 쏜 위성에 메마른 중동이 ‘경작지’로...900년만의 최악 가뭄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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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7. 06. 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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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위키미디어
미 항공 우주국(NASA·나사)이 제공하는 위성 이미지로 인해 900년 만의 최악의 물부족 사태를 맞은 중동이 해갈 되고 있다.

예멘에서부터 모로코에 이르기까지 중동 지역 전역에서는 가뭄이 심각해지고 있다. 나사가 1998~2012년 사이의 중동 지역의 가뭄 실태를 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은 “지난 9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게될 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식량 생산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 10년간 이라크 북부에서 농사를 지어온 알리 사에드의 사례는 메마른 땅에서의 고통을 그대로 전해준다. 그는 최소 6년간 제대로 된 수확물을 얻지 못했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인근 관개수로에서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농사를 영원히 포기하려던 차에 수도 바그다드에서 정부 소속 과학자로 일하고 있는 먼 친척과 연락이 닿았다. 이 친척으로부터 일부 농부들이 위성 이미지를 통해 지하수를 품은 다공질암을 발견해 그곳에서 추출한 물을 농사에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에드는 자신도 직접 시도해 보기로 했다. 사에드는 이웃들과 돈을 모아 시추 팀을 고용했고 결국 지난해 초 지하수를 발견했다.

이처럼 나사의 위성 이미지는 대재앙을 구원할 최고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위크는 최근 기사에서 “위성 기술이 중동보다 더욱 가치있게 쓰일 수 있는 곳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지난 2008년부터 대부분의 연구 자료들을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나사의 연구 자료는 심각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중동의 과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데, 나사가 제공한 위성 이미지를 통해 역내 수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추가적인 수원을 찾아낼 수 있다.
위성 기술은 우선 부족한 수자원 사용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해, 더 적은 자원으로도 더 많은 수확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과학자들은 나무 줄기에 저장된 물이나 눈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물의 양 등을 예측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얼마나 많은 물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다. 또 농지의 온도를 측정하고 주변에 있는 지하수 등 수자원의 양을 측정해 물이 부족한 상황인지, 혹은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소비하고 있는지 등의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중동·북아프리카·중앙아시아 지역의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두바이의 국제해수농업센터(ICBA)의 기후변화모델 담당 레이첼 맥도넬 국장은 “(위성 이미지는) 더욱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관개가 필요할지, 나라가 가뭄상태에 들어갈 것인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요르단 당국은 위성 이미지를 활용한 ‘항공 수확물 지도(aerial crop map)’ 시스템을 만들기 전까지 자국 농민들에게 어떤 작물을 키우라고 권장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 그러나 시스템을 만든 이후, 데이터에 따라 쌀과 같은 물을 많이 소비하는 수경 작물의 재배를 엄격히 제한하며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국가적 데이터 수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레바논 역시 위성 이미지가 도시계획부터 식량 보조금 지원에 이르기까지 부족한 정보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레바논 국립과학연구위원회(CNRS)는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자국 농민들이 스스로 주장한 밀 생산량보다 절반 수준 밖에는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근거로 정부가 지급하는 밀 생산 보조금을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했다.

이처럼 유용하게 활용되는 위성 사진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중동지역 국가들이 아직까지 이 기술의 중요도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러한 연구자료와 유용한 데이터들이 실제 정책입안가들에게까지 닿지 못하고 관료들의 책상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는 것. 레바논 CNRS의 차디 압둘라 연구원은 “아랍지역 전체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우리는 과학을 잘 할 줄 알면서도, 많은 결과물들이 그저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적으로 과학연구소들이 과소평가 되는 경우가 많아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가장 먼저 삭감되는 것이 이들 연구기관의 예산이다. 이집트의 유일한 위성인 ‘나일셋’은 재정문제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라크의 과학 기술분야 예산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다 보니 많은 중동 국가들이 위성 데이터가 있어도 이를 해석할만한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놓여있다.

중동의 복잡한 정치·군사적 상황으로 인해 위성 사진 이용에 있어 안보문제도 걸림돌이 된다. 나사에서 근무했던 파룩 엘바즈 현 보스톤대학 교수는 1970년대 당시 나사의 위성 이미지를 처음으로 이집트로 가지고 왔을 때, 많은 정보기관들이 외국 우주 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고 회상했다.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도 나사의 위성 이미지를 사용하면 스파이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경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례로 2015년 이집트 당국은 미국인 데이터 분석 전문가 2명이 위성 사진 분석을 위해 농무부에서 일하는 것을 거부한 바 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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