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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현금사랑, 마이너스금리·저축문화로 강화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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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영 기자

승인 : 2017. 10. 19. 15:54

JAPAN-INVESTMENTS-BANKING-CULTURE <YONHAP NO-4089> (AFP)
지난 6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고독사한 어느 노인의 집 안에서 발견된 현금 다발 (사진출처/= AFP, 연합)
전통적으로 현금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이 금융 정책과 자국 특유의 저축문화 등의 영향으로 현금을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AFP통신은 18일(현지시간) 일본 주식시장이 20여년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많은 일본인들이 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제도 등으로 인해 현금을 가정집에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 전자제품 쇼핑몰인 빅카메라의 도쿄에 위치한 한 지점은, 구석에 비치돼있던 금고를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에스컬레이터 쪽에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인기가 올랐기 떄문이다. 실제로 빅카메라에서 판매하는 이 금고는 2만엔(약 20만원) 상당으로 가격대가 비싸지만 날개 돋힌 듯 팔려 작년 판매량이 20% 증가했다.

일본은 전세계에서 가장 저축을 많이 하는 나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현금을 인출해 집에 가져오고 있다. 일본중앙은행 1~3월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일본인들의 가계금융자산 중 현금·예금 보유액은 51.5%를 차지해 932조엔(약 9340조 2244억 원)이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2.3% 늘어나 역대 최고 상승률이라고 은행은 설명했다. 미국인들이 가계금융자산 중 단 13%만 현금으로 보유히는 것에 비해 높은 수치이다. 일본 기업들도 상당한 금액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법인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사내유보금 406조엔(약 4064조 8314억원)가운데 현금·예금으로만 210조엔(약 2102조 499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현금 사랑은 지난해 일본에서 실시된 마이너스 금리제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은행들의 대출을 늘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후무후한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소시민들은 예금해둔 돈을 인출할 때 이자는 받을 수가 없게 됐다.

이외에도 1990년대 초반 일본 버블경제가 붕괴돼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리스크가 있는 자산에 의존하지 않게 된 경향도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 컨설팅회사 ‘올어바웃’ 소속 개인 금융 컨설턴트 이토 카네코는 “버블이 90년대 꺼지기 전에 은행 이자는 매우 높아 10년만에 재산을 2배로 불릴 수 있어 더 리스크가 큰 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이 “공격적이기보다는 방어적으로 나가고 수익을 얻느니 피해를 입지 말자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현상이 “문화·교육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특유의 오랜 ‘저축 문화’가 있다. 이웃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반드시 미래를 위해 소비를 아껴가며 저축하고 최대한 빚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엄격하게 훈육을 받는다. 또한 일본에서는 현금이 널리 사용되고 다른 나라에 비해 신용카드가 잘 쓰이지 않는다.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일상생활에서 일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다닌다. 일본 내 강도사건도 상대적으로 낮어 사람들이 현금을 가족 다니기 안전하다고 느끼는 점도 있다. 이외에도 집에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던 노인들이 사망하면 이들의 시신을 최초로 발견하고 수습한 사람들이 이 현금 유산을 물려받기도 한다.
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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