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시리아 화학무기’ 안보리 결의안 부결…서방 군사응징 위기감 고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180411010006588

글자크기

닫기

최서윤 기자

승인 : 2018. 04. 11. 15:36

UN Security Council Syria <YONHAP NO-1690> (AP)
10일(현지시간) 니키 헤일리 미국 대사(오른쪽)와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0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친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진상 규명 조사를 위한 결의안이 무산됐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상대방이 내놓은 결의안에 반대하면서다. 미·러 정면충돌로 시리아의 군사적 위기감이 한층 높아졌다. 

안보리는 이날 오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조사 결의안에 대해 표결했지만 결국 부결됐다고 로이터통신·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제출한 결의안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새로운 조사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고 중국이 기권했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결의안은 채택되지 않는다. 비상임이사국 가운데에서는 볼리비아가 반대했다. 

곧이어 러시아가 제출한 ‘시리아 결의안’이 상정되자 이번에는 미·영·프가 일제히 반대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시리아 사태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시리아를 공격하는 구실로 이용되고 있다”며 화학무기 국제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차원의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세계 192국이 참여하고 있는 OPCW는 화학무기 사용 여부를 가리는 역할을 하되, 사용 주체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리가 마련한 결의안은 진상조사 조작이 가능한 허점을 제거한 것”이라며 “시리아에 화학무기 공격이 있었다는 보도는 가짜뉴스다. (미국은) 진상조사를 하기도 전에 유죄로 이미 단정해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니키 헤일리 미국 대사는 “미국과 러시아의 결의안은 엇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독립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진상조사단 구성에 러시아가 개입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오늘 러시아가 시리아 국민의 괴물을 보호하는 선택을 내렸다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결의안 채택이 부결되면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對) 시리아 군사응징’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서방국가들이 '강력한 공동 조처'를 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엘리제궁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맹국인 미국·영국과 함께 전략적·기술적 정보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결정은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을 공격하는 것이 될 것이며 며칠 내로 결정사항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빈살만 왕세자도 “동맹들이 우리의 협력국가들과 함께 원한다면 나아갈 것”이라며 서방의 시리아 공습 동참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유럽의 통합 항공교통관제 기관인 유로컨트롤은 앞으로 72시간 내에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컨트롤은 “향후 72시간 이내에 시리아에 공대지 혹은 크루즈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으며, 간헐적으로 항공 무선항법 장치가 방해받을 수 있다”며 “지중해 동부/니코시아 비행정보구역(FIR) 비행을 계획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의 항공관제 당국은 자국 항공사들에 시리아 상공을 지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에 파견하기로 했다. 배수량 10만3000t의 핵 추진 항모 해리 트루먼 항모전단이 11일 모항인 미 버지니아주 노퍽 항을 출항해 지중해 해역으로 향한다고 미군 기관지 성조지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앞으로 24~48시간 이내에 (시리아와 관련한) 어떤 중대결정을 할 것”이라며 군사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자마자 벌어졌다. 

다만 징벌적 공습을 하더라도 미국의 시리아 내 공식 목표 달성에 그다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러시아·이란과의 충돌 위험 고조가 우려되기 때문에 ‘미군 조기 철수’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슬람국가’(IS) 최종 격퇴 및 정치적으로 안정된 정부 수립이라는 시리아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행 가능한 전략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서윤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