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에르도안 밑에서 못 살겠다”…터키 인재·자금 엑소더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190103010001905

글자크기

닫기

김지수 기자

승인 : 2019. 01. 03. 15:16

Turkey Syria <YONHAP NO-3001> (AP)
사진출처=/AP, 연합
최근 터키에서 대규모 자금·인재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실패로 돌아간 2016년 쿠데타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회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억압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이후에는 그간 좋았던 경제 성적마저 흔들리고 리라화 가치는 바닥을 치고 있다. 특히 행정부 내에서도 정실인사와 권위주의가 팽배하자 절망한 터키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바로 터키 탈출이다.

뉴욕타임스(NYT)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년 간 쿠데타 시도 이후 숙청과 박해의 대상이 된 학생·학자·교사들뿐만 아니라 기업가와 부유층마저도 자신들의 모든 재산을 처분한 뒤 가족들과 함께 해외로 도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터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25만명 이상의 터키인들이 해외로 이주했다. 이는 2016년 17만8000여명에 비해 42%나 급증한 것.

아프라시아 은행이 해마다 발간하는 ‘글로벌 부(富)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 전체 부의 12%를 차지하는 고액 순자산 보유자(HNWI) 가운데 최소 1만2000여명이 2016~2017년 자신의 자산을 터키 밖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자산을 유럽이나 아랍에미리트(UAE)로 이전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은 전세계에서 부유층 이탈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 7대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일부 터키 대기업들은 쿠데타 시도 이후 일어나고 있는 전방위 단속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터키 최대의 식품 기업인 일디즈 홀딩. 일디즈 홀딩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2016년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아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후 일디즈 홀딩은 제과 계열사인 율케르의 지분을 런던에 위치한 지주회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터키 법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전했다. 이스탄불에서 법률회사를 운영하는 메흐메트 건은 “지난 2년여 간, 특히 쿠데타 시도 이후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게 되면서 터키에서 수 십억 달러가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KakaoTalk_20190103_170421757
이 같은 자금·인재 엑소더스가 발생하게 된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 치하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사람들의 절망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 여기에 정치적인 박해, 테러리즘, 사법부에 대한 깊은 불신, 엿장수 마음대로 식으로 적용되는 법치주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스로와 측근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무분별하게 경제를 좌지우지함으로써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기업환경 등도 사람들의 이주 결정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5년 간 터키인들의 영국 이주를 연구해온 런던 리젠트대학교 이브라힘 시르케시 초국가연구실장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터키인들의 유럽 망명 신청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몇 년 간 약 1만명의 터키인들이 비즈니스 비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영국으로 이주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04~2015년 같은 방법으로 이주한 사람의 두 배에 달한다. 시르케시 실장은 유엔난민기구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인용해 2016년 쿠데타 시도 이후 6개월 만에 영국으로 정치적 난민 신청을 한 터키 국민의 수가 3배로 증가했으며, 독일로의 난민 신청은 무려 6배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2017년 전세계 곳곳으로 난민 신청을 한 전체 터키인 수는 전해보다 1만명 증가한 3만3000명을 기록했다.

시르케시 실장은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 직후 학생들과 교사들의 이주 물결이 이미 발생한 바 있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엑소더스의 결과는 보다 영구적인 사회 질서의 재편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터키를 수십년 전으로 돌려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지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