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온 세상이 ‘하얀’ 나라... 투르크메니스탄의 속사정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01208010004644

글자크기

닫기

이선영 기자

승인 : 2020. 12. 09. 17:40


아슈하바트 수도 사진
투르크매니스탄 수도 아슈하바트 대통령궁/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호텔도 흰색, 자동차도 흰색 모두 다 흰색이었다.”

투르크메니스탄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 국가는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곳으로, 온 거리에 흰색이 아닌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걸까?

사실 이것은 단순히 대통령의 ‘취향’ 중 하나였다. 투르크메니스탄 구르반굴리 대통령은 ‘2017년 실내 무도 아시안 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깨끗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이유로 2014년 건축법을 개정했다. 해당 법안은 투르크메니스탄의 모든 건물의 외관은 흰색이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2017년부터 수도 아슈하바트 내에선 흰색 차량을 제외한 다른 색상의 자동차는 금지되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벌금부과 및 자동차가 차압되며, 기존 다른 색상의 차량을 소지하던 차주는 흰색으로 도색을 해야 했다.

국민에게서 많은 불만이 터져나왔을 것 같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의 국민들은 비교적 무관심했다. 그들이 이렇게 정책에 무관심하게 된 것은 초대 대통령 ‘사파르무라트 나야조프’를 거쳐 ‘구르반굴리’ 대통령까지 수많은 기행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니야조프 대통령은 1대 대통령으로 추대되어 유별난 우상화 정책과 각종 기행을 벌였다. 대통령 역임 기간동안 스스로를 수령이자 국부라 자칭했으며, 루흐나마(투르크메니스탄의 국부)라는 경전을 출간했고 이를 읽고 암송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자신의 아버지의 생일을 ‘아버지의 날’, 어머니의 생일을 ‘어머니의 날’이라는 국경일로 정했고, 멜론을 매우 좋아해 매년 8월에는 ‘멜론의 날’을 만들었다. 각종 매체에 우상화 선전물은 물론, 국가에 자신을 찬양하는 가사를 넣는 등 특이 행보를 보였다. 가장 유명한 기행으로 자신의 모습을 본뜬 황금동상이 있는데, 이 동상은 태양이 그에 대한 존경심으로 주위를 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반발도 있었지만 그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앞서 언급한 루흐나마 경전과 코란을 동급으로 지정하면서 무슬림 신자들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모스크를 철거하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입을 막았다. 결국 신자들은 모스크에 루흐나마 경전을 걸어놓아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니야조프 대통령에 이어 2대 대통령이 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5년 구르반굴리 대통령은 황금동상을 설치하고, 자신의 일대기를 학생들에게 의무교육하는 등 우상화 정책을 재개했다. 선대 니야조프 대통령처럼 기행을 일삼진 않지만 금연을 시작한 이후 국가 전역에 담배 판매 금지 및 금연을 강제하고, 공개 TV석상에서 손짓으로 장관을 자르는 등 독재자로서 별난 행보를 보인 것은 마찬가지다.

생소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 북한의 모습과 닮았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모든 건축물 외관을 흰색으로 규제한 사유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선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