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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바이든의 집속탄 지원, 구세주인가 도화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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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3. 07. 14. 06:00

증명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500일을 넘긴 가운데 미국 정부가 지난 7일(현지시간) 무차별 상살 무기로 분류되는 집속탄 지원을 결정하면서 국제적으로 논란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집속탄은 발사된 모(母) 폭탄이 상공에서 터지면 그 속에 들어있는 수백 개의 소형 자(子) 폭탄이 목표물을 향해 비처럼 쏟아지는 무기로, '강철비'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타격 범위가 넓고 위력이 강력한 데다 불발탄 비율이 높아 어린이 등 광범위한 민간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상당수 국가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부 인권단체들은 집속탄 사용을 잠재적인 전쟁범죄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바이든 행정부는 집속탄 지원 결정에 대해 오랜 기간 심사숙고 했으며, 부족한 포탄을 생산하는 과도기에만 사용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집속탄을 지원하지 않으면 탄약이 떨어진 우크라이나는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결정을 환영하며 집속탄이 전쟁의 판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정치권과 동맹국 사이에서도 이번 결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식지 않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지원을 제공한 영국조차도 자국이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 서명국 중 하나"라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전쟁 초기 서방국들이 러시아의 집속탄 사용 의혹을 제기하며 전쟁범죄라고 경고한 점을 상기하면, 미국에 위선적이라는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비인도적 무기 지원으로 미국이 도덕적 우위를 상실할 경우 미소 짓는 쪽은 러시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은 미국의 집속탄 지원 발표에 '3차 세계대전'까지 언급하며 전술핵으로 맞불을 놓겠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해 전쟁에 종지부를 찍고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미국의 결단이, 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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