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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영국 보수당의 몰락과 잉글랜드의 유로 4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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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승인 : 2024. 07. 08. 17:35

APTOPIX Britain Election <YONHAP NO-5486> (AP)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가 지난 5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에게 총리 사임서를 제출하기 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퇴임 연설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지난 주말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축구대회인 유로 2024에서 잉글랜드가 4강에 진출했다. 전 국민이 우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떴지만 축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없는 영국인들이 있다. 집권 보수당원들이다. 이틀 전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하원 총 650석 중 121석을 획득해 14년 만에 제1야당으로 전락했다. 1834년 창당한 이래 가장 적은 의석이라는 굴욕도 맛봤다.

현지에서는 축구 대표팀의 성적이 집권당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가 서독에 2-0으로 앞서다 역전패한 것이 며칠 뒤 해럴드 윌슨 당시 영국 총리가 퇴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있다. 7월 초는 스코틀랜드 대부분의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에 휴가를 떠나는 가정이 많다. 스코틀랜드는 전통적으로 노동당 지지세가 강하기 때문에 수낵 총리가 이를 노리고 조기총선을 시행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찌 됐든 결과론이지만 축구팀이 승리를 하든 말든, 투표를 일찍 하든 내년에 하든 이미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망쳐버린 국정으로 바닥난 민심을 돌이킬 수 있는 외부 요인은 없었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경기 침체 장기화, 공공의료 악화, 이민자 급증, 코로나19 확산과 전쟁에 이은 고물가 지속 등 어느 하나 나아진 게 없었다.

그 기간 보수당은 총리를 네 차례나 갈아치웠다. 영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집권 당시 EU와의 원만한 브렉시트 협상에 실패하면서 당내 분열을 키웠다. 다음으로 정권을 잡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역시 별다른 게 없었고 코로나19 기간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등지에서 수차례 파티를 벌인 데다 거짓말까지 해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직을 내려놨다. 이어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취임한 지 49일 만에 사임해 최단기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는 2022년 취임 직후 고소득층 세금을 깎고 중산층 이하 복지 혜택은 줄이는 감세안이 담긴 '미니 예산안'을 내놨다가 역풍을 맞고 물러났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그동안 항상 호화 멤버를 갖추고도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받아 왔다. 이번 유로 조별리그는 1승 2무, 1위로 통과했다. 16강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어 2-1로 슬로바키아를 무너뜨렸다. 8강전에서는 정규시간 막바지 동점을 만들어 승부차기 끝에 스위스를 제압했다. 스코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꾸역꾸역이라도 올라가고 있다. 그 바탕에는 탄탄한 수비력과 장기간 다져 온 전술이 있다.

답답한 경기력과 용병술 등으로 갖가지 비판을 받아온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7년 넘게 대표팀을 이끌어온 근거는 전무후무한 결과물에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4강, 유로 2020 준우승, 2022년 카타르 월드컵 8강 그리고 아직 진행 중인 유로 2024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보수당 총리들이 헛발질을 하는 동안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신뢰를 쌓아 왔다. 보수당에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처럼 '그럼에도 승리하는' 수장이 필요하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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