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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영화 ‘집으로’의 치킨과 지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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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정연 기자

승인 : 2024. 12. 03. 17:31

이정연
이정연 기획취재부 기자
"치킨이라고 했잖아. 프라이드. 누가 물에 빠트리래?"

영화 '집으로'는 도시에 살던 7살 상우가 엄마의 사정으로 시골에 내려가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일상을 감동적으로 담아냅니다. 특히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말하는 상우에 할머니가 진한 백숙을 내놓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백숙이지만 상우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죠.

경기 불황에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3분기 소매판매는 10개 분기 연속 감소했습니다. 소비 진작과 관광 활성화가 시급한 가운데 지역경제 현황을 살펴보면 부쩍 '상우의 투정'이 떠오르곤 합니다. 국내여행에 대한 관련검색어를 보면 '호캉스'와 같은 프리미엄 여행과 함께 체험형·개별 관광이 뜨고 있는데, 지역에서는 여전히 대형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삼거나 농산물 직판장 형태를 벗어나지 못 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서입니다.

해외 카드소비는 올해 3분기 급증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합해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한 금액은 57억1000만달러(약 8조300억원)로 전년 대비 19.1% 늘었습니다. 해외로 넘어가는 '관광 특수'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눈에 띄는 소비 진작 사례들도 있습니다. 근래 경북 김천을 김밥천국으로 재해석한 사례, 구미 산단 인근에서 열린 라면 축제 등 참신한 기획 하에 지역 소상공인의 시름을 덜어준 지역축제들입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소상공인 대책에서 민간 중심의 골목상권 기획자를 양성한다는 계획에 기대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외국인들의 지역관광 편의성을 높일 대책도 더욱 강구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롯데 주도로 운영 중인 충남 부여의 백제문화단지의 경우 백제 사비 문화 정수를 담아내는 문화유산을 품고, 리조트와 아웃렛까지 관광객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킬 자원도 풍부하지만 관광객 시선에서 볼 때 인천공항, 청주공항 어디서든 교통편과 안내가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청주공항을 가면 오사카 국제공항에서 주요 관광단지의 티켓을 판매하는 매표소가 눈에 띄는 곳곳에 설치돼 있는 것과 상반돼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방공항-광역권 대도시-지역관광 연계 체계를 고민해야할 이유입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야당은 지역화폐 예산을 관철시키기 위해 민생예산을 볼모로 잡고 있습니다. 개선해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용돈을 좀 줄테니 할머니 보고와"라고 한들, 상우의 발길을 이끌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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