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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압박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의 기대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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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승인 : 2026. 02. 19. 18:18

아파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모습./사진=정재훈 기자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5월 9일부로 종료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주택자 대출의 만기 연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신호를 보내면서다. 세금과 금융을 동시에 조이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졌다.

금융당국은 즉각 움직였다. 전 금융권 기업여신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임대사업자 대출의 상환 방식과 만기 연장 절차를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만기 연장 심사 시 '연간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RTI는 신규 대출에만 적용되고, 만기 연장에는 별도 기준이 없다. 만약 이 기준을 소급적·강화적으로 운용한다면 일부 임대사업자에게는 사실상 '출구 압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정책의 의도와 시장의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다.

정부의 계산은 단순하다. 세 부담을 높이고 금융을 조이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이고, 공급이 늘면 가격은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다. 여기에 보유세 강화 카드까지 더해질 경우 압박은 더욱 커진다. 예컨대 10억 원 주택에 연 1% 보유세를 부과하면 연 10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보유 비용을 높여 매도를 유도하겠다는 신호다.

하지만 시장은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 매물 흐름을 보면 정책 기대만큼 전방위적 확산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강남3구는 매물이 소폭 증가했지만, 마포·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 지역과 서울 다수 지역은 오히려 감소세다. 경기도와 인천 역시 상당수 지역에서 매물이 줄었다. 일부 상징적 지역의 증가만으로 시장 전체의 방향 전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가격 기대 심리다.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여전히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고가 아파트가 시장 평균을 끌어올리는 구조도 변하지 않았다. 매도자가 "지금이 꼭 팔아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한, 세금과 금융 압박은 '버티기'로 대응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자산 여력이 충분한 보유자일수록 정책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정책의 본질은 '압박'이 아니라 '기대 형성'이다. 시장이 진정 안정되려면 매수자가 "더 오르지 않는다"고 믿어야 하고, 매도자가 "지금이 합리적 매도 시점"이라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공급 확대에 대한 장기 청사진보다는 수요 억제와 보유 부담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단기적 매물 증가 효과는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구조적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점은 정책 일관성이다. 세금·대출·보유세가 단계적으로 강화될 경우 시장은 이를 '추가 규제의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매도 대신 관망이 늘어나고, 거래 절벽 속 가격 경직성이 심화될 수 있다.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데 거래만 줄어드는 왜곡된 시장이 형성될 위험도 있다.

5월 9일은 분명 상징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안정의 출발점이 되려면, 압박 이후의 그림이 필요하다. 공급 계획은 얼마나 구체적인가, 세제는 얼마나 예측 가능한가, 금융 규제는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뒤따라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신호와 신뢰,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격을 만든다. 정부가 진정 원하는 것이 '가격 안정'이라면, 매물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 전체의 기대를 바꾸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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