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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5년간 662곳 폐업…“K-소아의료 빚 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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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 기자

승인 : 2026. 04. 30. 17:34

최용재 대한청소년병원협회장 인터뷰
"소아 독립 급여 기준·전담 부서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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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대한청소년병원협회장./대한청소년병원협회
영아 사망률 OECD 최상위, 소아암 5년 생존율 85%. 그러나 104번째 어린이날을 맞은 소아청소년과 의료 현장은 다르다. 5년간 의원 662곳이 폐업했고 전공의 지원율은 한 자릿수다. 최용재 대한청소년병원협회장은 "K-소아의료의 빛은 소아청소년과 의사 한 사람의 헌신이 30~40년 쌓여 만든 결과물"이라며 "그 헌신은 무한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소아의료 붕괴의 원인으로 '성인 기준 고시'를 지목했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성인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소아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체중 1~2kg 차이로 결과가 갈리는 아이에게 70kg 성인을 전제로 만든 고시를 그대로 적용해 놓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의사를 부당청구한 사람으로 취급한다"고 비판했다.

대표 사례로 소아 혈액가스검사(ABGA) 환수 사태를 꼽았다. ABGA는 호흡곤란·패혈증 응급 환자의 산소 농도와 산-염기 균형을 측정하는 검사로, 통상 동맥혈로 시행한다. 그러나 소아는 동맥이 가늘고 검사에 협조하기 어려워 억지로 시도할 경우 혈종·신경 손상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소아과에서는 정맥혈로 대신하는데, 미국소아응급의학회와 유럽 가이드라인 모두 소아에서 정맥혈 검사를 표준 경로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 당국은 이를 문제 삼아 3년 치 진료비를 환수 통보했다. 최 회장은 "아이의 가느다란 동맥에 강제로 바늘을 찌르면 혈종, 신경 손상이 따라온다"며 "의사가 아이의 안전을 위해 표준 우회 경로를 택했다는 이유로 부당청구자가 되는 나라"라고 말했다.

면역글로불린 주사(IVIG) 급여 기준도 문제다. IVIG는 면역계가 자기 신체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에 쓰는 치료제다. 현행 급여 기준은 말초신경을 공격하는 길랑-바레 증후군에는 적용되지만, 뇌의 신경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성 뇌염에는 인정하지 않는다. 같은 자가면역 기전인데 공격 부위가 말초신경이냐 뇌냐에 따라 급여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확진에 필요한 항체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2~4주가 걸리지만 급여 기준은 확진 후 투여만 인정한다. 반면 유럽·미국 신경과학회는 자가면역성 뇌염이 의심되면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즉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한다. 최 회장은 "조기 투여하면 삭감되고, 기다리면 아이의 뇌가 3주 동안 자가항체에 공격당한다"며 "어느 쪽을 택해도 의사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소아 급성 경련 1차 치료제인 로라제팜(아티반) 공급 중단도 현장을 직격했다. 아티반은 소아 급성 발작 시 정맥주사로 즉각 투여하는 약으로, 간 부담이 적고 효과가 빠르며 지속시간이 길어 다른 약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그러나 2㎎ 1앰플 약가가 782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무균제제 GMP 강화 규제까지 더해졌다. 해당 약가로는 수십억 원대 시설 투자를 감당할 수 없어 40년 넘게 이 약을 생산해온 제약사가 결국 생산을 포기했다. 최 회장은 "응급실에 아티반이 없으면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식은땀을 닦는 것뿐"이라며 혈관 확보가 어려운 응급 상황에서 코로 분무해 즉각 발작을 멈추는 미다졸람 비강 스프레이(MAS)의 신속 도입을 촉구했다. MAS는 미국 FDA와 유럽 EMA가 이미 승인한 약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어린이병원 신축 계획에 대해서도 최 회장은 "새 병원이 완공되는 순간 그나마 버티고 있는 지역 소아청소년병원의 의사가 흡수돼 기존 인프라가 도리어 무너진다"며 "신축 1곳을 위해 지역 의원 10곳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신축 예산의 일부만이라도 기존 병원의 사법 리스크 완충, 필수 소모품 보전, 야간·휴일 인건비 보전에 투입하면 훨씬 빠르고 확실하게 응급 뺑뺑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소아 독립 건강보험 급여 기준 신설, 아동 건강권 보장의 법적 근거 마련,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 의료 전담 부서 신설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아이를 위한 제도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며 "K-소아의료의 빛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손발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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