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기업 인사이트] 경영의 오디세이와 우직지계, 그리고 교병필패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0101000031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10. 01. 18:14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20260707010002580_1783417267_1 (1)
김경원 세종대 석좌교수
#1 교병필패와 교장필패: '교병필패(驕兵必敗)'란 자만하는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는 말이다. '한서(漢書)'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으나 원문은 다소 달라 출처가 불분명하다. 비슷한 뜻으로 '손자병법' 행군(行軍)편의 '병비익다(兵比益多)', '이적자필금어인(易敵者必擒於人)'이 있다. 병력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며, 적을 얕잡아 보면 반드시 낭패를 본다는 뜻이다.
15여 년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주력제품의 세계적 특수로 실적이 고공행진을 하자, 사내망에 '교병필패'라는 글을 올려 임직원들의 기강해이를 경계한 적이 있었다. 이에 한 직원이 "우리 회사는 교만한 병사(직원)가 아니라 교만한 장군(경영진)이 문제이므로 '교장필패(驕將必敗)'가 맞다"는 댓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2 오디세우스의 교만과 오판: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부하들과 겪은 10여 년간의 고난 찬 귀향길을 그린다. 트로이 전쟁 승리 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항해는 원래 열흘 정도 걸릴 예정이었으나 10년이나 걸렸다. '세이렌', '스킬라', '카립디스' 등 괴물을 만나 부하를 모두 잃고 혼자만 겨우 살아 돌아갔다.

이 고생길은 초반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폴리페모스)'를 만나며 오디세우스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괴물이 집을 비운 사이 양만 잡아 떠나자는 부하들의 청을 무시하고, '전쟁영웅'인 자신이 환대받을 것이라 기대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괴물은 그들을 잡아먹기 시작했고, 불에 달군 나무로 괴물의 눈을 찌른 뒤 탈출했다. 탈출 후에도 오디세우스는 눈먼 괴물을 조롱하며 자기 이름까지 알려주었다. 이에 폴리페모스는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복수를 빌었고, 포세이돈의 저주로 귀향길 전체가 꼬이게 되었다. 오디세우스의 오판과 교만, 욕심은 전쟁 승리 후 우쭐해진 상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교장필패'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3 우직지계와 만슈타인의 승리: 손자병법 '군쟁(軍爭)' 편의 '우직지계(迂直之計)'는 '가까운 길을 곧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돌아갈 줄도 아는 지혜'를 말한다. 빤히 보이는 길을 돌아가는 것이 언뜻 바보 같지만, 실제로는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길인 경우가 많다.제2차 세계대전 초기, 프랑스는 독일을 막기 위해 난공불락 요새 '마지노선'을 구축했다. 우방 벨기에 국경에는 요새가 연장되지 않았으나, 험준한 아르덴 숲이 있어 기갑부대가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 보았다. 독일이 마지노선을 정면 돌파하는 것이 최단거리였으나 큰 희생이 예상되었다. 이에 독일 만슈타인 장군은 예상을 깨고 아르덴 숲으로 기갑부대를 우회 돌파하여 프랑스 후방을 차단하고 6주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만슈타인은 히틀러와 충돌할 정도로 자존심이 셌으나 해임되지 않고 연전연승했다. 승리감에 취하지 않고 적과 아군의 철저한 분석과 '작전의 원칙을 지키는' 태도가 연전연승에 크게 기여했다.

#4 "3저 호황 누린 기업들 우쭐하다가 3고 때 좌초": 기업에서 중요한 경영 결정을 내릴 때 CEO 등 최고경영진 결정의 품질에 따라 그 기업을 오디세우스의 불필요한 긴 여정으로 보낼지, 만슈타인의 '우직지계'의 경우처럼 일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큰 성공의 길로 보낼지가 좌우될 것이다. 그런데 경영의 역사나 필자의 회사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런 중대한 경영 결정의 성패는 최고경영진의 마음 상태에서 비롯된다. 특히 "기업의 위기는 호황 때 시작된다"는 속설이 있듯이 한 기업이 소위 '잘나갈' 때, 최고경영진이 그 승리의 분위기에 취하여 무리한 사업 확장, 과다한 값을 치른 M&A, '흥청망청' 수준의 임직원 성과급 지급 등을 결정하면 오디세우스가 겪은 장대한 고생길로 회사가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기 호황을 누리던 시절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에서도 나타난 현상으로 이 기업들 대부분은 수년 후 IMF 외환위기를 맞아 큰 어려움에 빠지거나 아예 암초에 걸려 좌초했다. 살아난 기업들도 정상화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임직원 모두가 갖은 고초를 겪었다. 정말 '교장필패'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경우에는 1990년대 초반 '신경영'을 선언하고 품질 제일주의, 끊임없는 변화 추구, 조직 내 소통 활성화와 함께, 매출액의 7%를 기술개발에 투입한다는 원칙을 IMF 외환위기 시에도 고수하는 등 우직지계의 길을 걸어 오늘날 삼성그룹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길로 인도했다. 요즘 반도체 호황으로 관련 기업들은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며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인지 반도체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호황세를 보이는 기업들의 노조도 보상 요구가 거세다. 문제는 이런 기업들의 CEO들이 일견 좋은 실적에 취해서인지, 이런 요구에 너무 쉽게 굴복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교병필패와 교장필패 둘 다의 조짐으로서 조만간 오디세우스의 여정으로 이 회사들이 들어설까 우려가 깊어지는 대목이다.

김경원 세종대 석좌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