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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당장 생존자금 필요한데” 통로 좁아진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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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기자

승인 : 2021. 06. 17. 06:00

가계대출 거시적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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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억제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어서다. 당장 다음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을 앞두고 있다. 가계 빚 증가세가 위험수위라고 판단한 조치다. 가계대출 증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올해 1분기 말 은행권 가계부채는 176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1분기 말보다 154조원 늘었다. 분기별로 20조~30조원 가량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말 기준으론 18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0%를 넘는다. 10가구 중 7가구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압박에 시중은행도 가계대출 관리 명분으로 대출 통로를 좁히고 있다. 지난 3월 신한은행에 이어 이달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우대금리를 상당 부분 없애거나, 모기지신용보험·모기지신용보증 대출 상품 판매를 일시 중지하면서 가계대출을 사실상 잠근 상태다.

분통이 터지는 건 서민이다. 최근 가계대출이 증가한 건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 탓이 큰데 애먼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나 생존자금 대출까지 막아버리고 있어서다. 실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5곳의 4월 가계대출 증가액 9조2266억원 중 74%인 6조8401억원이 신용대출이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7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보다 줄었는데, 이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인 청약에 몰린 ‘빚투’ 자금이 대거 상환됐기 때문이었다. 4월 가계대출이 급증한 이유도 SKIET 공모주 청약을 받기 위해 신용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가계대출 증가로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 가계대출이 눈덩이로 불어나는 동안 올해 1분기 말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가구당 실질소득은 전년 대비 0.7% 줄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대출이자는 늘어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경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금리를 올리기나 대출 한도를 조이는 등 손쉬운 대책으로 일관했다가는 서민들 부담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과거 가계대출 억제책을 시행할 때마다 빚에 허덕이는 가계에 고리를 매겨 은행 배만 불려준단 지적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젠 거시적 관점에서 가계대출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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