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아프간 국제회의…참가국 “탈레반 승인과 별개로 경제 지원 필요”

탈레반, 임시정부 승인·미국의 아프간 자금 동결 해제 등 요구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아프가니스탄 국제회의에 참여한 탈레반 대표단장 압둘 살람 하나피 아프간 임시정부 제2부총리가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러시아·중국·이란 등 10개국 대표단은 이날 회의에서 탈레반 측에 온건한 대내외 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사진=로이터·연합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러시아·중국·이란 등 10개국 대표단들이 탈레반에 ‘온건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요구했다.

관영 타스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가 세 번째로 개최한 이날 회의에는 압둘 살람 하나피 아프간 임시정부 제2부총리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과 러시아·중국·이란 등 10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미국 대표단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참가국들은 탈레반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느냐 여부와는 별개로 공중보건·교육 환경 개선 등을 위해 아프간에 대한 인도적·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대체적으로 공감을 나타냈다.

이번 회의 주최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아프간 카불 주재 대사관을 유지하면서 탈레반 정권과 지속해서 접촉해 오고 있지만, 아직 탈레반 정권을 공식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참가국들은 탈레반 정권이 온건하고 합리적인 국내외 정책을 유지하고, 특히 이웃 국가들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점도 주문했다. 아울러 유엔 주도하에 아프간을 위한 국제지원회의를 조속히 소집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탈레반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했던 압둘 살람 하나피 아프간 임시정부 제2부총리는 “모든 참가국들이 아프간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국가가 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회의결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그는 “아프간 정세는 안정돼 있으며 우리 영토로부터 가깝거나 먼 나라들에 대한 위협이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탈레반 임시 정부를 승인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탈레반 정권에 대해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94억 달러에 달하는 아프간 중앙은행 자금에 대한 동결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