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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상환 박사 “중관학, 뿌리 약한 한국불교의 자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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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2. 05. 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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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관학당 대표
운동권서 역경사로...삶을 바꾼 중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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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관학당 대표 신상환 박사./본인 제공
불교 중관학파(中觀學派)는 대승불교(동북아시아에 전해지는 불교 전통)에 있어서 매우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티베트 불교의 교리 근간에는 중관학이 자리 잡고 있다. 중론(中論)의 저자이자 중관학파 조사(祖師)인 용수(龍樹·나가르주나) 보살은 ‘제2의 붓다’ ‘대승불교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다.

용수 보살의 중론과 중관학자들의 인도·티베트어 경전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사람이 있다. 1989년 아주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운동권 활동을 하다가 2년간 옥살이까지 한 신상환 박사다. 1968년생인 그는 옥살이 후 중국을 거쳐 인도까지 5년간 여행을 마친 후 1999년 다시 인도로 갔다. 인도 비스바 바라티대학에서 석·박사 학위까지 마친 그는 이 대학의 인도·티베트어과 교수로 임용됐다. 현재 한국으로 돌아와 전남 곡성 시골에서 낮에는 농사일을, 밤에는 경전번역을 하고 있다. 또 중관학당 대표로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중관학을 가르치고 있다. 티베트어본 ‘중관이취육론(中觀理聚六論)’을 국내에서 처음 번역한 것도 그였다.

신 박사는 한국불교의 문제점으로 교학(교리 연구·敎學)의 취약함을 꼽았다. 인도어권에서 한자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해 보니 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반야심경을 매번 독경하는 신도들조차 공이 곧 연기(緣起·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라는 걸 이해하는 사람이 적은 게 현실이다. 인도인의 사유를 이해해야만 인도인인 석가모니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또 행복을 좇기보다 삶의 괴로움을 직시하고 ‘왜’라고 질문하는 게 불교를 바람직하게 이해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신 박사와 대담이다.

-인도에서 불교 중관학을 공부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철학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이었다. 헤겔의 변증법에서 찾지 못했던 해결책을 인도에서 찾았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중관사상은 전제부터 의심하고 들어간다. 생각 저변에 깔린 전제부터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숭산 스님의 화두였던 ‘오직 모를 뿐’도 중관사상과 사실 일맥상통한다. 모든 간화선은 공(空) 사상을 밑에 깔고 있다. 반야심경 등 대승경전의 ‘공이 연기’고, 왜 공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논파라고 한다. 중관학은 논파를 중요하게 본다. 한자는 표의 문자라 논리적 사유를 하는 데 적합한 언어가 아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나온 간화선은 불립문자를 강조하는 거고 인도에서 나온 중관학은 논파를 중요하게 보는 거다. 논리적으로 ‘공이 연기’라는 게 이해돼야 나와 남이 다르지 않고 깨달음과 자비의 상관관계가 이해된다. 서양철학의 끝에 헤겔이 있다면 불교의 끝에는 용수 보살이 있다. 그는 석가모니 가르침에 처음으로 반기를 든 스승이다. 최근 석가모니의 근본 가르침을 구한다며 니까야 등 빨리어 경전(초기 불경)만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 나타나는 데, 그렇게 하면 불교가 힌두교와 경쟁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부분을 놓치게 된다. 조감도와 현미경을 둘 다 가져야 한다. 종교는 전체적인 사상사적 맥락을 파악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내 눈만 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망원경을 만들어 지구 너머 별을 관찰할 수 있었다.”

-용수를 비롯한 중관학파 스승들은 다른 불교 전통의 스승들하고 다른 면모가 있는 것 같다. 제 명대로 산 분이 적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초기 불교인 부파불교(동남아 불교 전통의 근간)는 삶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가르침에서 학문을 위한 학문이 됐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해석하는 데 너무 치우친 것이다. 강당화된 불교를 그들이 자랑하는 논리로 깨버린 게 중관학파다. 중관학파의 특징은 철저함이다. 논리적으로 철저하게 따지다보니 물리적 폭력도 많이 당했다. 사백론(四百論)의 저자이자 중관학 승려인 아리아데바는 논파 당한 상대방의 제자가 앙심을 품고 살해할 정도였다. 목숨을 걸고 물러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삶을 산 게 중관 스승들이다. 부처님은 내 가르침이 옳은지 틀린 지 따져보라고 했다. 질문할 수 없는 것은 절대성이고, 유일신 신앙이다. 불교는 그 벽을 허물었다.”

-역경을 하는 분으로 한국불교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나.

“불교에 뿌리·줄기·열매가 있다고 할 때 뿌리는 교학이고, 줄기는 불교와 다른 학문과 관계를 보는 것, 열매는 실천이다. 나는 역경사다보니 한국불교의 취약점이 뿌리에 있다고 본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인도인이었다. ‘인도인은 어떻게 생각했었나’가 ‘불교가 왜 인도에서 탄생했는가’에 대한 답이다. 인도의 시골은 지금도 정전이 되면 석가모니가 살아있을 때와 똑같다. 벵골 사람들은 약속을 잡기 위해선 말을 세 번 하는데 내가 그 지역에 오래 있다 보니 한국에 와서도 어느 순간 그러고 있더라. 석가모니 외에 대승불교 스승들 대부분이 인도인이었다. 인도인의 사유로 볼 때 중국 색깔이 벗겨진 대승불교의 원래 모습이 보인다. 한국불교는 대승불교를 표방하고 있지 않나.”

-인도·티베트에서 훌륭한 스승들을 많이 만났을 텐데 가장 인상적인 분이 누구였나.

“단연코 현 달라이라마 존자다. 달라이라마는 ‘신심과 지혜가 중요합니다. 특히 지혜가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새겨들어야 한다. 불교도에게 필요한 건 삼보(부처·법·승려)에 대한 떠받듦과 서원(誓願)뿐만이 아니다. 나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선 지혜가 필요하다. 달라이라마 존자는 항상 지혜로운 삶을 살라고 강조하신다.”

-대중은 불교가 어렵다고 한다. 특히 중관학은 어렵기로 유명한데 초심자를 위한 접근법은 무엇인가.

“어려운 건 어려운 거고, 쉬운 건 쉬운 거다. 바뀔 수 없다. 삶의 본질은 괴로움이고, 괴로움을 벗어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렸다. 삶의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하는 치열한 자세가 필요하다. 출가한 승려조차 행복을 추구하는 게 불교의 본질인 줄 안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이다. 세상에 온갖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보다 내가 겪는 통증 하나 없애는 게 더 낫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욕망으로 굴러가는 세계다. 괴로움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더라도 괴롭다는 것은 인정하자. 그 다음에 질문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게 부처님 가르침이고 지혜다. 중관학이 제시하는 건 삶의 직시(直視)다. 삶의 본질이 괴로움이라면 지속적인 공부와 항상심은 당연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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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에서 신상환 박사가 중관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본인 제공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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