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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패배에도 침묵하는 보우소나루…트럼프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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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2. 11. 01. 15:10

대선 패배에 '군 개입' 요청하는 브라질 시민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상파울루 군시설 앞에서 군 개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결선투표에서 브라질노동당(PT)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후보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가운데, 일부 브라질 극우 인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은 결과에 불복하며 '군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브라질 대선에서 남미 '좌파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전 대통령이 12년 만에 복귀를 확정지은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면서 패배 불복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예정됐던 대국민 연설을 연기했다. 현지언론은 대국민 연설이 11월 1일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아침 자택을 떠나 대통령궁으로 향했지만 대선 결과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선에서 진 후보는 승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이 관행이지만 대선 결과가 발표된 후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패배 승복 발표를 하지 않으면서 정권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도 당선 후 지지자 연설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나의 승리를 인정할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지난 몇 년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현행 투·개표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부정선거 주장을 위한 '땅 고르기'를 펼쳐왔다. 앞서 그의 아들 중 한 명인 플라비우 상원의원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역대 최대의 선거조작 희생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유사하다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남미의 트럼프'다운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한 달 뒤에야 축전을 보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정치적 영향력과 대통령 면책 특권을 이용해 피해왔던 수많은 수사에 직면하게 되면서 더욱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그의 주변 핵심 권력층은 공적자금 횡령, 직원 임금 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등 많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리는 최근 수주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신이 감옥에 갈 가능성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이미 룰라 전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부정선거를 주장하더라도 지지를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파울로 칼몬 브라질리아대 정치학 교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주지사, 하원, 상원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에 분노하며 도로 점거 시위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20개주의 도로 236곳에서 부분적 혹은 전면적 봉쇄가 이뤄진 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연료비 인하 등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대거 참여해 도로 한복판에 화물차 등을 주차하고 통행을 막았다. 일부 시위자들은 도로에 타이어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지지자들의 소요 사태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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