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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30년 된 사무실과 정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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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림 기자

승인 : 2022. 11. 18. 06:00

0711 증명사진
"비가 오는 날 전통시장에 다녀 오면 천장에서 비가 샌적이 있다. 화장실에서는 녹물도 나왔었다."

듣기만 해도 서글픈 기분이 드는 이 말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한탄이다. 소진공의 처우는 중기부 산하기관 11곳 중 꼴찌 수준이다. 중기부 산하기관들이 대다수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새 건물에 들어간 반면, 소진공은 29년 6개월 된 노후화된 건물에서 일하고 있다.

소진공의 평균 연령은 30대로, 일명 MZ세대들이 일하는 곳이다. 그런데 소진공의 최근 5년간 퇴사율은 26%에 이른다. 1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인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평균연봉도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현저히 낮으니 왠만한 마음가짐 아니면 버티기 힘든 환경이다.

현재 소진공 직원들은 오매불망 청사 이전을 바라고 있다. 소진공은 근무환경의 한계로 한시라도 빨리 깨끗한 시설에서 전세살이라도 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정치권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정치권은 소진공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관련 업무를 하는 만큼 그들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사무실이 시장이나 상가에 있어야 소상공인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이 낳은 촌극이다.
소진공 직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 나가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책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는 이들이다. 청사가 시장이나 상가에 있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젊은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소상공인들을 실제로 도와주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모르는 듯 싶다. 소상공인들에게 표를 받기 위한 정치권의 탁상공론이라는 빈축을 사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소진공의 직원들의 82%가 청사 이전을 찬성하고 있다. 최전방에 서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정책을 집행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는 정치권의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 되묻고 싶다.
장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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