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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풍 상흔 선명한 포항제철소…포스코 임직원 복구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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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2. 11.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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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설비 완전 침수, 지상설비 피해도 극심
24시간 특별 복구 체제 지속
1열연 공장 복구 완료에 '안도'
2열연 복구도 연내 완료 예정
221123_포항제철소 3고로 출선 모습(2)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3고로에서 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포스코
"고로를 멈췄을 때는 오버(과잉대응)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복구 거치고 나니 그렇게 가동 중단 했던게 신의 한수였던 것 같습니다."

23일 포스코 3고로를 총괄하는 김진보 부소장은 태풍 이후 피해를 극복해낸 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찾은 포스코 3고로는 현재 태풍의 흔적을 씻어내고 다시 뜨거운 쇳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토피도카(용선운반차)로 제품 생산 라인으로 쇳물을 옮기는 장면도 종종 보였다. 포항소 토피도카는 태풍 피해로 가용이 불가능해 광양제철소와 주변 현대제철로부터도 지원을 받았다. 세계무대에서는 기술과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상대이지만 위기상황에서는 한국철강업계 협심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태풍 피해 직후 쇳물이 굳기 전에 용광로를 살려내야 한다는 각오로 밤을 지새우며 복구에 매진했다. 기적처럼 포스코는 휴풍 4일만인 10일, 3고로 출선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큰 고비를 넘겼고, 이어서 12일에는 2고로와 4고로도 재가동 시키며 한숨을 돌렸다.

김 부소장은 "30년동안 고로 밥만 먹던 저로서는 재가동까지 적어도 만 하루가 꼬박 걸리기 때문에 고로를 멈추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만약 고로를 중단하지 않고 조업을 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했으면 대형 폭발 및 화재로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 부문 담당 부소장은 "포항제철소가 하루에 4만톤, 광양이 6만톤으로 각각 양소가 10만톤의 제품을 생산한다"며 "고로를 비우면 다시 온도를 올리기 위해선 6시간 ~12시간이 걸리고, 라인을 멈추면 아예 하루정도는 생산 못하게 되지만, 인명 피해 및 2차피해 없도록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결국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21123_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복구작업(2)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제공=포스코
◇복구 작업 한창인 2열연…굵은 땀방울 가득한 현장
태풍 피해 당시 제철소에는 약 620만톤의 흙탕물이 밀려들어왔다. 서울 여의도 전체 건물 1층을 다 잠기게 할 정도의 양이다. 피해가 가장 컸던 2열연 공장에는 아직도 성인 남성 가슴 높이까지 잠겼던 흔적이 선명하다.

지하 설비도 흙투성이다. 천장 CCTV까지 흙탕물로 얼룩졌고, 전기 설비도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임직원들은 복구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늦가을 선선한 날씨에도 내부는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작업복 속 땀방울은 복구를 제때 마치려는 이들의 노고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2열연공장은 지하시설을 가득 채운 물을 퍼내고, 30센티미터(㎝)가량 차 오른 진흙도 일일이 닦아 낸 상황이다. 이제는 설비를 뜯어 말리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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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바로 옆에 있는 포항시 냉천의 모습.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이 냉천이 범람해 제철소가 침수됐다. /사진=이지선 기자
태풍 피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주변 하천 냉천은 아직도 부러진 나무 잔해가 남아있다. 포항제철소 바로 옆에 있는 대형마트는 침수 피해로 인해 아직도 휴점 중이다. 평소에는 거의 말라있던 좁은 하천은 최대 500밀리미터(㎜)의 쏟아지는 비를 견디지 못하고 수변공원을 삼키고, 결국은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황종연 포스코 기술연구원 그룹장은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건천이던 냉천이 상류 저수지에서 물이 넘치면서 유량이 폭증했다"며 "만조까지 겹치면서 4미터 높이의 제방을 뛰어넘어, 포스코를 비롯한 주변 지역까지 다 삼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현 시점에도 24시간 복구 체계를 유지하며 복구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까지 복구작업에 참여한 인원은 그룹사 임직원, 민·관 ·군 등 외부단체 지원인력 포함 일 평균 약 1만 5000명으로, 지난 78일(11월 23일 기준) 동안 100만 여 명이 참여했다. 포스코는 12월까지 2선재, 2냉연, 2열연 등 8개 공장을 추가 복구해 연내 15개 압연공장을 재가동할 계획이다.
221123_포항제철소 1열연공장 제품 생산 모습(3)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제공=포스코
◇희망 싹튼 1열연공장 복구…"후배들아 고맙다" 명장의 외침
압연 공장중에서는 1열연 공장이 가장 먼저 재가동 됐다. 압연 모터는 복구가 가장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설비다. 물에 잠겼던 생산 설비를 교체하지 않고,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기술부 '명장' 지위를 받은 손병락 EIC기술부 상무보는 "국내외 설비 제작사의 인맥을 총 동원해 문의해보니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며 "최대 170톤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를 수리하는 것은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전한 실패를 용인해주는 경영진과 우리의 현장 문화가 있어 두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 상무보는 또 "기술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정상화를 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이 무모한 도전을 승인해준 경영진과 밤을 새가며 작업에 몰두해준 후배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며 "46년 회사 생활 중 모든 임직원들이 하나가 돼 복구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복전 작업을 주도한 포항제철소 전력계통섹션은 전체 직원 34명 중 20, 30대 직원 비율이 90%에 달하는 젊은 조직이다. 전력계통섹션 직원들은 3일 동안 복구 작업에 전력을 다했다. 침수로 전기 설비, 판넬이 진흙에 파묻혀 세척에 어려움을 겪자 공장 고압수를 분사해 해결했고, 수십대의 가정용 핸드 드라이어를 공수해 밤새 설비를 말렸다.

지금 1압연공장은 기존 제품 외에도 2압연공장이 생산하던 특수제품까지 생산해내고 있다. 손승락 열연사업부 부장은 "1열연 복구 작업을 마치고 첫 제품부터 생산이 제대로 되니 다른 공장 복구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현재 하루 1만톤 가량을 생산하고 있고, 정상적인 조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21123_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복구작업(3)
23일 포항제철소 2열연 공장은 복구에 한창이다./제공=포스코

◇내년 2월 모든 설비 정상화…"철강 수급 안정 총력"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정상화가 내년 2월까지는 모두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기준, 포항제철소 18개 압연공장 중 7개 공장(1열연, 1냉연, 1선재, 2·3 후판, 2·3 전기강판)이 복구완료됐다

포스코는 수급 안정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민국 철강의 약 24%를 생산해내는 포항제철소가 멈춘 만큼 전방산업까지도 수급 차질 우려가 제기됐던 탓이다. 당시 고객사와 유통점에서 보유한 주요 제품의 재고는 2~4개월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산업 전반의 철강 수급 차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으나 우려가 가라앉지 않아 포스코는 고객사별 수급상황을 전수
조사해 광양제철소 및 해외법인 전환 생산, 타 철강사와의 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며 고객사들이 소재 수급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극 지원키로 약속했다.

포스코는 공장별 생산 강종 및 사이즈 확대, 광양제철소 듀얼 생산체제 조기 구축, 해외법인 경유 공급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솔루션을 찾아 비상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 매출 비중이 높아 납품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스테인리스 스크랩 공급사들에 대해서는 스테인리스 2·3제강공장 가동 재개 전임에도 불구하고 선구매를 결정해 10월 전체 계약량에 대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분할해 입고시키고 있다. 제강공장 가동 후에도 국내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수입산 구매량은 감축하고 국내산을 우선 구매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스크랩 공급사 지원을 위해 중국 포스코장가항불수강유한공사(PZSS)향 스크랩 수출을 주선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 및 증산으로 추가 자재 소요 발생 시 포항제철소 공급사에 우선 발주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던 연료탱크용 전기도금 강판을 광양제철소에서 대체 생산하면서 발생한 긴급 소요 표면처리용액에 대해 포항제철소 공급사들과 6개월 분의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포항제철소 협력사 장비 상당 수가 침수피해를 당한 데 대해 포스코는 협력사들의 모든 신규 장비 구매자금을 저리로 지원 중이다. 현재 191억원의 피해가 접수됐고 11월말부터 순차적으로 지급 예정이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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