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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7년만에 관계 정상화…아랍권 ‘환영’, 이스라엘 ‘외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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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3. 03. 12. 15:09

중국 베이징서 4일간 회담 끝에 정상화 합의
中 "대국 역할 할 것" 美 "中 중재 때문 아냐"
IRAN-SAUDI/DIPLOMACY-CHINA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함께 회동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7년 만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자 중동의 아랍 국가들이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반면 이란의 최대 적성국 이스라엘에서는 경계 섞인 반응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합의에 미친 중국의 영향력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0일 관계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2개월 안에 상대국에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으며, 상호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을 강조하면서 안보협력협정과 무역, 경제, 투자에 관한 합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6년 사우디는 이란의 반대에도 시아파 유력 성직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고, 이에 반발한 이란 내 일부 시아파 무슬림들이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하면서 양국은 외교 관계를 끊은 바 있다. 2021년부터는 이라크와 오만이 중재에 나섰고 사우디와 이란도 직접 협상을 통해 관계 회복을 모색해 왔다.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라크, 오만 등 중동 국가들은 대체로 이번 합의가 지역 안정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외교장관은 "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UAE는 그간 사우디처럼 이란과 거리를 두다가 지난해 11월 6년여 만에 주이란 대사를 다시 보내는 등 관계 회복을 추진해 왔다.
이라크는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며 환영했고,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모두를 위한 '윈-윈'으로 지역과 세계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과 대(對) 이란 전선을 구축하려던 이스라엘에서는 자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란에 맞서 우리가 구축하기 시작한 지역 방어벽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는 "이란의 정치적 승리이자 네타냐후 정부의 놀라운 외교 실패"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중국 베이징에서 성사돼 중동 지역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미묘한 신경전도 연출됐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지난 6일 베이징을 방문해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과 4일에 걸친 회담 끝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12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에 대해 "대화와 협상으로 갈등과 이견을 해소하고 선린우호를 실현한 모범이 됐다"며 "중국은 중동의 평화와 안녕을 실현하기 위해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이란이 사우디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한 것은 대내외적인 압력 때문이지 대화하고 협상하라는 중국의 초청 때문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역할을 평가절하했다.

다만 사우디와 이란은 공동성명에서 "2021년과 2022년 양측의 회담을 주선한 이라크와 오만은 물론 이번 회담을 주선한 중국 지도자들과 정부에 사의를 표한다"며 중국의 중재 역할을 일정 부분 인정했다. AP 통신은 "중동에서 미국이 서서히 발을 빼는 것으로 걸프 국가들이 인식하는 가운데 중국의 중요한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과 중동의 관계가 불확실성에 직면한 때에 중국이 안보에 더 집중하고자 중동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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