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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튀르키예 간 보인스님 “재난 앞에선 종교·인종 구별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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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3. 05. 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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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현장 방문해 2800가구 대상 구호품 전달
"해외원조 국격 올려...자비가 부처님 정신"
조계종 보안스님 인터뷰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보인스님/김현우 기자 cjswo2112@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조계종을 대표하는 복지재단이다. 불교의 핵심 가치인 '자비'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곳으로 그 대상은 종교·인종·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오는 27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표이사 보인스님을 필두로 한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튀르키예를 찾았다. 갑작스러운 대지진으로 튀르키예는 5만여 사망자와 10만여 부상자, 45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재단이 찾은 하타이주 레이한리만 해도 지진 이재민이 약 7만명에 달한다. 재단은 2800가구(1만4000여 명)를 대상으로 의약품·식용류·밀·쌀 등 42kg 5인 가족 한 달 식량에 해당하는 구호키트를 전달했다. 금액으로는 15만5000달러(한화 2억800여 만원)에 달한다. 최근 만난 보인스님은 "재난에는 종교·인종 구분이 없다"며 해외 원조가 국내 구호활동만큼 중요한 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올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보인스님과 나눈 얘기다.

-현지 상황은 어떻던가요.

"대지진이 난 지 얼마되지 않아 현장을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했다. 사팍(SHAFAK)이라고 부르는 시리아 난민들로 구성된 튀르키예 현지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했는데 난민이 약 7만명 발생할 정도로 피해가 커서 아파트·건축물 잔해가 그대로 남았다. 사팍 부회장이 아파트 한 동의 잔해를 가리키면서 '새벽에 지진이 나서 저곳은 한 명도 못 살아남았다'고 이야기 했다. 현장에는 이재민들이 사는 텐트가 끝도 없이 늘어섰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방문했던 곳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여섯 집을 방문했는데 그 중 한집을 갔더니 집이 깨끗했다. 알고 보니 난민들이 몰려오니까 그 지역의 집주인이 마구간을 개조해서 이재민에게 세를 준 거였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구간이라도 집으로 써야 할 정도로 절박한 게 이재민들의 상황이다. 한 집은 장애인 할아버지가 가장이어서 그 가족을 위해서 오토바이를 선물해 줬는데 식구들이 계속 울면서 축복기도를 했다. 튀르키예 현장도 그렇지만 재난 초기에는 전 세계가 관심을 두지만 한 달만 지나면 구호단체들이 싹 사라진다. 재난 현장의 어려움이 몇 달 내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나. 이재민의 어려움은 관심이 사라진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번 긴급구호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우선 다른 문화권이고 그 나라의 관습과 법률 등 행정 시스템을 잘 모르니까 현장에서 소통이 어렵다. 또 다른 어려움은 당장 절박한 사람들을 앞두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답답함이다. 구호품을 배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이 몰려왔다. 한 달 치 식량인 구호품을 못 받은 시리아 난민 여성들이 아기를 업고 와서 내 앞에서 울면서 하소연했다. 그 사람들의 슬픈 눈, 섭섭한 눈, 원망어린 눈이 기억난다. 재난 현장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구호품을 두고 튀르키예 사람과 시리아 난민 간 갈등이 생겼다. 생필품이 하나가 급한데 시리아 난민까지 나눠줘야 하는 것에 대한 튀르키예 사람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한정된 재단 재정으로 타종교 외국인을 돌보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 것 같다.

"재난은 이슬람·기독교·유대교 같은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부처님은 평등사상과 차별 없는 세상을 말씀하셨다. 다른 종교라고 돕지 않으면 안되지 않나. 구한말 우리나라는 사실상 유교 국가였지만 서구 기독교 국가들이 돕지 않았나. 구호활동을 하는데 종교를 내세우는 것 맞지 않는다. 현지인들이 불교로 개종할 가능성이 없어도 괜찮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한 사람들은 불자들이 대다수지만 그 사람들이 같은 종교인만 보고 기부한 것은 아니다. 아픔에 공감하는 취지로 후원한 것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서 긴급구호 사업에 있어서 강화할 부분을 찾았다고 들었다.

"재난 현장은 종합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이다. 식량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이동수단을 주고 응급 의료서비스·정신상담 등 몇개 분야를 함께 해야한다. 재난 현장에서 당장 챙기기 어려운 생리대 같은 것들도 이재민 여성의 존엄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또 여력이 되면 후원자들과 구호 현장에 동행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 이번 튀르키예 현장 방문 때는 방송 관계자와 산하시설 관계자가 함께 했다. 그냥 후원금만 내는 것과 내가 후원하는 현장을 찾아보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정말 필요한 봉사 현장을 찾아서 후원자와 함께했으면 한다."

-곧 있으면 부처님오신날이다. 부처님이 다시 오신다면 어떻게 말하셨을까.

"21세기에 부처님이 육신으로 다시 오신다면 어려운 사람들을 더 도우라고 하셨을 거다. 부처님이 살아계셨으면 불교만 챙기지 않고 기독교·이슬람 등 다른 종교와 구별도 하지 않으셨을 거다. 불자라면 자신의 기준으로 현상을 보지 말고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럼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쉽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국의 긴급구호 현장에 가보면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 고마움을 표하기보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감사함을 표시한다. 후원자들의 성금이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셈이다. 모르는 사람이 고마움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싶다."

복지재단 튀르키예 구호품 배분 건 (8)
튀르키예 하타이주 레이한리 지역을 찾은 보인스님이 트럭에서 긴급구호 키트를 나르고 있다. 재단은 의약품·식용류·밀·쌀 등 42kg 5인 가족 한 달 식량에 해당하는 구호키트를 2800가구(1만4000여 명)에게 전달했다./제공=조계종사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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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하타이주 레이한리 지역에 늘어선 지진 이재민 텐트촌./제공=조계종사회복지재단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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