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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이후 마음공부...돈오점수 논한 신간 ‘나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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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3. 08. 2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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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는 상담 경험과 불교 이론으로 풀어내
"바른 깨달음, 심리 정화, 성찰 기반해야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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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길라잡이
無天 김진용 지음 | 나무와숲 | 280쪽 | 2만원

깨달음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견성(見性) 이후 닦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무천(無天) 김진용 작가의 신작 '나를 넘어서'는 20년 넘게 상담가이자 명상가로 살아온 저자의 경험이 농축된 작품이다. 평범한 에세이 형식으로 풀었음에도 다양한 분야를 가져와 대중의 이해를 돕는다.

'나를 넘어서'는 2부로 구성된다. 1부 '나는 누구인가'에서는 의식의 확장을 돕고 심리 치유를 위한 명상법을 소개한다. 2부 '견성과 깨달음 이후'에서는 불교 유식학을 기반으로 의식의 층차를 구분하고 자신의 실체를 보는 방법을 설명한다. 또한 견성의 입구인 7식(잠재의식)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8식(아뢰야식·근본마음)으로 넘어가는 견성 단계에 부딪히는 은산철벽(銀山鐵壁)·백척간두(百尺竿頭) 등을 설명한다. 나아가 보림(保任)이라 불리는, 깨달음 이후 수행 방향을 제시한다.

국내서는 깨달음하면 불교 수행자 또는 요가 지도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이미 에크하르트 툴레나 바이런 케이티 등 재가자 명상가들이 대중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신간은 명상의 대중화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나를 넘어서'는 대중성과 깊이를 둘 다 갖췄다. 명상이 종교란 울타리 밖에 나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바른 수행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깨달음과 관련해선 다른 종교보다 풍부한 기록을 지닌 불교조차 돈오돈수(頓悟頓修)냐 돈오점수(頓悟漸修)냐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굳이 따지자면 돈오점수의 입장에 서있다. 그는 상담가로서 승려·도인·요가 지도자·명상가 등 소위 견성했다는 이들을 만났지만, 치우친 의식을 가진 이가 많다는 것을 보고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다. 고민 끝에 그는 미국 신경과학자 폴 맥린의 삼위일체뇌(삼중뇌) 이론에서 답을 찾았다.

삼중뇌 이론에선 이성과 사회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달리 송과체가 있는 뇌 중심 부위는 욕망과 충동성을 다루는 파충류의 뇌라고 본다. 저자는 깨달으면 의식의 일정한 부분이 뇌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뇌의 중심에서 의식이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보통 많은 수행자들이 깨달으면 오욕칠정에서 벗어나는 줄 알지만, 견성 직후 파충류의 뇌가 활성화되면서 정작 욕망과 충동성이 강해지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의 관점에선 오쇼 라즈니쉬의 롤스로이스 수집·여성편력 같은 유명 수행자의 기행은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인 셈이다.

이런 함정을 발견한 김 작가는 유식학에서 해답을 찾았다. 인도 나란다대학에서 발달한 유식학은 티베트밀교의 이론적 기반이 된다. 유식학은 견성 후 공성(空性)을 기반으로 감각기관(5식)과 의식(6식), 잠재의식(7식)을 갈고 닦아 중생을 원만한 보살로 변화시킨다는 게 핵심이다.

저자는 깨달음만큼이나 '기본기'를 강조한다. 깨달음 이전에 인간관계 성찰과 주체의식 확립 등 심리상태가 건강해야지만 바른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한 공망(空亡)이라고 하는 '만들어진 깨달음'를 경계한다. 행복은 멀리있는 게 아니라 '눈 앞에 파랑새'를 자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환상 속에 깨달음보다 일상에 충실할 것을 권유한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티베트불교의 '족첸' 가르침을 연상시킨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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