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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대선 우파 밀레이 당선, 오랜 경제난에 지친 민심 ‘파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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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3. 11. 20. 16:08

좌파 페론주의 심판론, 달러화 도입 급진적 공약
여동생과 대선 승리 자축하는 밀레이 아르헨 대통령 당선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선 결선 투표 결과를 들은 후 여동생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남미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 야당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 좌파 집권당의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연 평균 인플레이션 140%대의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인 아르헨티나는 괴짜 정치 신인에게 대권을 맡기며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밀레이 후보는 19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했다. 이날 현재까지 개표가 99.4%를 넘기며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서 밀레이 후보는 55.7%, 마사 후보는 44.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유권자 다수는 자국이 1970년대까지 경제부국이었다가 수십 년간 심각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밀레이는 지난 수십 년간 아르헨티나 정치를 지배한 좌파 포퓰리즘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여당 계열)'에 대한 심판론을 들고 나와 지난 8월 예비선거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밀레이는 지난달 본선 투표에서 29.99%의 득표율로 마사 후보(36.78%)에 밀리며 예상 외의 2위를 기록했지만, 이날 두 후보 간 결선투표에서 다시 역전극을 연출하며 이변을 완성했다.

기성정치에 대한 민심 이반을 등에 업은 밀레이 당선인은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달러화 대체와 중앙은행 폐쇄, 장기 매매 허용 등 급진적 공약을 내걸었다. 이중 오랜 경제난에 대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달러화 도입은 밀레이 당선인의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밀레이 당선인은 앞서 "에밀리오 오캄포 교수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할 것"이라고 미리 밝히며 공약이 말뿐이 아닐 것임을 예고했다. 오캄포는 '달러화: 아르헨티나를 위한 해결책'이라는 책의 공동 저자로 밀레이 당선인 핵심 책사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오늘 아르헨티나의 재건이 시작된다"며 "19세기에 자유경제로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의 잃어버린 번영을 되찾겠다"며 당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내 정부는 약속을 엄격히 준수하고 사유재산을 존중하며 나라를 쇠퇴하게 만든 모델은 이제 끝났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권교체로 아르헨티나 외교 역시 중국 집중도를 낮추면서 미국과 관계에 좀더 공을 들이는 등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밀레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협력 체계를 더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전 좌파 정부에서 협력에 나섰던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대한 접근법에도 변화가 예상되며 지난 8월 승인을 받아 내년 1월 예정된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도 재검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오늘 새로운 아르헨티나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며 우리는 모든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며 일단 열린 자세를 보였다.

일각에서 작은 트럼프라고도 불리는 밀레이의 당선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나는 당신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축하했다. 미국 현 행정부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성명을 통해 축하의 뜻을 밝혔고 중남미 국가 정상들도 축하 메시지를 전한 가운데 좌파인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라틴아메리카에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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