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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또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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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6. 30. 17:58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올해도 법정 심의 시한을 넘겼다. 지난 1987년 이후 기한을 지킨 사례가 9건에 그치다 보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업종별 차등적용'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정작 임금인상 폭과 관련한 논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재계는 올해 최저임금 9160원에서 100원 인상된 9260원을, 노동계는 1180원 오른 1만340원을 요구하고 있다. 매년 최임위가 법정 기한을 넘기는 '늑장 심의'가 고질병처럼 반복되고 경제 주체 간 반목과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의 파행의 원인은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간 팽팽한 의견 차이 때문이다. 통상 최임위는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 △최저임금 수준 등의 순서로 심의를 진행한다.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매년 최임위에서 쟁점으로 떠올라 노사 간 줄다리기를 하다가 유야무야된 뒤 결국 법정 최종 고시 시한인 8월 5일을 앞두고 벼랑끝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만 결정되곤 했다. 최저임금 수준 심의는 정작 두 번째 순서에서 노사가 매년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심의기간이 길어지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의 경제구조상 최저임금 산정 시 임금편차가 업종별 지역별로 클 수밖에 없다. 이를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경제주체 사이의 공감대가 형성돼 노사 간, 노노 간 갈등이 줄어들어 생산성 높은 경제 활동이 이어질 수 있다. 정작 이웃나라 일본이나 대부분 선진국들은 최저임금을 업종별, 지역별로 차별화해 합리적 바탕에서 산정하고 있다고 하니 참고할 만하다. 지난해 최임위가 4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나라는 총 19개국으로 전체 46.3%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는 각국마다 업종별, 연령별 등으로 기준을 세워 다르게 적용 중이다. 영국은 23세 미만 대상 근로자들에게 3.4~28% 적게 지급하고 있고, 일본은 지역별, 업종별로 11% 수준에서 적거나 많게 조정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전향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 수출이 회복됐지만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고금리 저성장 시대에 맞게 최저임금 산정도 경제 현실에 부합하게 해야 경제가 살아난다. 현재 최임위에서 내년 최종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를 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내년부터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최저임금을 심의할 법정기한이 지났지만 아직 인상규모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결정되어 경제에 활력이 돌기를 바라지만, 그게 어렵다면 내년 도입을 위한 원칙만이라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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