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신현길의 뭐든지 예술활력] 지역에도 무대가 있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0601000235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0. 06. 18:43

2024100701050003255
올해 논산문화관광재단과 함께한 '논산 문화예술기획자양성학교 내 맘대로'의 결과발표에 활짝 웃는 참가자들.
2024082501002167900131761
신현길 문화실천가
예술인의 복지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예술활동증명 현황'을 실시간으로 집계해서 보여준다. 한마디로 예술인으로 인증된 사람이 몇 명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예술활동 증명'에 등록하지 않는 예술인도 꽤 되지만, 등록 숫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체 예술인과 지역별 예술인이 몇 명인지, 어떤 예술장르에 몇 명이 활동하는지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올해 9월 27일 '예술활동 증명' 기준 전국의 예술인은 18만7527명이다. 그렇다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등록된 예술인은 몇 명일까? 서울 6만7561명(36.03%), 경기 4만5589명(24.31%), 인천 8520명(4.54%)으로 이를 합한 수도권의 예술인은 12만1670명으로 전체 예술인의 64.88%다. 예술인의 수도권 집중비율은, 올해 8월 31일 기준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집중비율 50.82%보다 매우 높다. 중앙 지향의 예술적 특수성을 감안해도 그렇다. 실제로 문화예술 공모사업 경쟁은 수도권일수록 날로 치열해지는 반면 지방으로 갈수록 그 반대다.

지난 8월 22일 전국의 17개 광역자치단체 문화재단과 124개 기초 자치단체 문화재단이 참여하는 (사)한국지역문화재단총연합회가 출범했다. 중앙정부의 지역문화 균형발전 정책수립과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주요 사업으로 '지역문화 전문 인재 개발 및 육성사업', '지역문화 정책연구 및 네트워크 구축사업', '지역문화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주 언급되는 '지역문화'란 무엇인가? 지난 2022년 시행된 지역문화진흥법에서는 "지역문화란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또는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역문화'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준비가 된 것이다.
정부가 '지방소멸 대응'을 국가적 과제로 천명하고 지방자치단체장들마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다 보니 '지역문화 진흥'이라는 구호가 요즘처럼 범람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관' 주도의 '문화적 호들갑'은 언젠가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역의 단체장과 공무원, 주민, 예술인이 지혜를 모아 자기 지역에 맞는 문화정책을 고민하고, 이를 실행해 나가서 차근차근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쌓아감으로써 문화예술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의 영도와 강원도의 춘천이 좋은 모델이다.

필자는 공연과 문화예술 축제 관련 일로 전국을 돌아다닌다. 전국을 유랑하면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무대를 지역에서 만났을 때 감격한다. 각 지역마다 그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 온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이 있다. 어려운 창작환경임에도 꾸준히 지역의 이야기와 소재를 작품에 녹여내어 무대를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이 곳곳에 있다. 이들의 훌륭한 작품을 만났을 때 감동한다. 통영에서 그러하였고, 밀양과 춘천에서 멋진 작품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이런 감동이 머잖아 멈출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을 벗어난 중소도시에서 청년예술가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역의 기존 예술가들은 늙어가고, 지역의 청년예술가들은 수도권으로만 향하니, 지역에서는 작품을 만들 때 수도권에 있는 청년예술가들을 불러야 한다. 이런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문제가 있는 곳에 해답도 있다고 한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예술가들에게 지역정착을 권하기보다는 지역에서 '세컨드 하우스'처럼 '세컨드 활동'을 제안하면 어떨까? 일주일 중 4일은 수도권, 3일은 해당 지역! 한마디로 '4도 3촌'이다. 지역에도 활동할 무대가 많다는 것을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보여주면 '4도 3촌'에서 '3도 4촌', '2도 5촌'으로 지역에 머무는 기간이 조금씩 더 늘어날 것이다.

독일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청년예술가 커플이 영덕문화관광재단과 활동하면서 영덕군 영해면에 한국 거처를 마련했다. 주소지인 영해면의 바닷가에서 작품을 만들어 서울과 부산, 독일에서 전시를 한다. 필자 역시 아산시 송악면에 살면서 일주일에 2일은 서울에 올라간다. 한국은 좁고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문화실천가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