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미국의 낙관과 유럽의 비관, 우리 경제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onelink.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0901000452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0. 09. 16:58

송종운 정책연구소 민본 소장
송종운 정책연구소 민본 소장, 경제학 박사.
팬데믹 이후 세계는 더 이상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상반된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사정이 다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Mark Zandi)는 현재 글로벌 경제를 "미국 소비자가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 잔디는 최근의 미국 경제 호조의 동력이자 시그널로 미국 소비자의 활발한 가계 지출 실적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 소비자 지출의 고공행진은 무디스뿐 아니라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미국 소비자의 지출 호조가 미국 경제의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반면 유럽 경제는 가장 어려운 시절이었던 팬데믹 기간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가계 저축이 진행 중이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과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지출보다는 저축을 택한다. 전에 없는 경제 곤란이 유럽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유로스타트 발표에 따르면, 현재 유로존 가계 저축률은 15.7%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의 평균인 12.3%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미국 경제가 팬데믹의 암흑을 떨쳐버리고 정상화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유럽은 더 짙은 암흑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도 다르지 않다.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가계 저축률은 2010~2019년 평균치인 7.5%보다 훨씬 높은 10% 수준이다. 이는 지난 3년 동안의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러한 불안의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 중 금리의 불안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소비자들이 저축을 늘리는 이유는 주택 대출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15년과 30년 장기 모기지 금리 모두 저금리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주택금리 전망의 디커플링이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경제를 딴 세상으로 만든 것이다. OECD는 올해 미국의 GDP가 가계 지출의 증가 덕분에 2.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로존과 영국은 각각 0.7%, 1.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마치 불행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중동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는 유럽이 미국보다 더 높다. 특히 독일의 경우 최근 생산량 감소에 의한 성장세 약화가 보이는데 중동 분쟁의 격화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계경제의 디커플링 추세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 유럽인들이 금리에 더 취약한 것은 단기 모기지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의 지출보다는 추가적인 대출 상환의 부담에 대비할 수밖에 없어 저축을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구성에서 가장 많은 비중은 단연 부동산인데 대부분 대출이 껴있다. 추가적인 금리 부담이 결국에는 지출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짙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법은 쉽지 않은데, 투기적 주택 소유를 줄이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 주택금리 부담에 의한 소비지출 실적이 낮은 상황은 개선할 수 있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