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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율의 아테네에 길을 묻다] 찬란한 문명국 아테네를 망친 선동가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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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0. 14. 17:49

민주당 계엄 선동열차, 종착역은? (2)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 희극, “기사들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 희극, "기사들"에서 시민을 개처럼 끌고다니는 선동가
한상률 전 국세청장
한상율 전 국세청장
지구 문명의 뿌리, 인류 문명의 원조였던 찬란한 문명국 아테네를 망친 것은 선동가 3인방이었고, 그 원조는 클레온(Cleon, B.C. ?~422)이다. 그는 무두장이 아들로 열등의식에 빠져 귀족들을 극도로 증오하였다. 스파르타와 전쟁 중 아테네에 인구 3분의 1이 죽어나가는 끔찍한 역병이 돌았다. 우렁찬 목소리에 뛰어난 선동가의 기질을 타고난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시민들의 불만을 부추겨 아테네의 황금기를 이끈 명정치가 페리클레스(Pericles, B.C. 495~429)를 뇌물을 받았다는 거짓 선동으로 몰아냈다. 그렇게 권력을 잡은 후 그가 맨 처음 단행한 일은 아테네 시민 법정의 배심원 일당을 단번에 300% 인상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명백한 포퓰리즘으로 사법장악에 성공한 그는 법정에서 특유의 선동적 논고와 변론을 펼쳐 시코판테스(Sycophantes, 訴訟喝取)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없는 죄를 있는 것처럼 소송을 제기한 후 공갈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를 보다 못한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 B.C. 446~386)가 B.C. 424년 '기사들(The Knights)'이라는 제목의 풍자극을 무대에 올렸다. 시민을 개(?)처럼 끌고 다니던 한 선동가가 분노한 기사들에게 성 밖으로 쫓겨난다는 줄거리이다. 연극의 어디에도 클레온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테네 시민들은 모두가 그 악당이 클레온을 지칭하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클레온은 그만큼 악명 높은 선동가였고, 그는 다음 해 장군선거에서 낙선하였다.

그의 뒤를 이어 등장한 것은 겁쟁이 꼼수 선동가 니키아스(Nicias, B.C. 470~413)다. 은 광산으로 떼돈을 번 아버지 덕에 그는 아테네 최고의 부자였다. 그는 삼단노선 10척 값에 맞먹는 거금을 합창단과 연극에 후원한 다음 "네 창을 거두어 거미줄이 치게 하여라!"라고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젊은이들이 전장의 나팔 소리가 아니라 지저귀는 새소리에 단잠을 깨게 하여라!"라고 대사를 읊게 하였다. 명백한 평화 선동이었다.

전쟁에 지친 시민들은 환호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그는 스파르타와 평화조약을 추진하였다. 그는 스파르타에 많은 것을 양보하고, 심지어 주변국과 맺은 반스파르타동맹을 스파르타와 내통(?)하여 깨버린 후 적국이었던 스파르타와 상호방위동맹을 체결하였다. 한때 "니키아스의 평화"라고 불려지기도 하였던 이 동맹은 전쟁을 막기는커녕 궁지에 몰렸던 스파르타에게 힘을 회복할 기회를 주었을 뿐이었다. 아테네의 힘이 기울자 전쟁은 다시 일어났고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멸망했다.
한상율 (전 국세청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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