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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 희망’ 깜짝 반등했지만…“애 낳을 곳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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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 박서아 인턴 기자 | 공주경 인턴 기자

승인 : 2024. 10. 15. 18:00

[저, 출산하고 싶어요]
결혼·출산 희망 비율 ↑…'정책 만족도'는 ↓
'정책 구멍' 지방 심각…'제로 분만실' 72곳
제왕절개 하려면 '2시간' 원정…"이사 고민"
전문가 "'지역 균형 발전' 근본적 해결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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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게티이미지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지방에선 녹록치 않은 현실에 여전히 좌절하는 청년들이 있다. 결혼 후 출산이라는 기쁜 소식도 잠시, 산부인과도 부족할뿐더러 분만실조차 없어 인근 대도시로 '원정 출산'을 떠나는 실정이다.

15일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의료 공백 장기화가 이 같은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며 우선 부족한 시설부터 늘려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역 균형 발전이 이뤄져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31일부터 9월7일까지 전국 25~49세 259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혼 남녀 중 결혼을 희망한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 3월 조사 대비 4.4%p 높은 65.4%였다. 무자녀 남녀 중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1%p 오른 37.7%였고, 그중 결혼을 한 남녀의 답변은 50.7%로 지난 조사 대비 8.3%p 증가했다. 0.72명까지 떨어졌던 합계출산율이 10년 만에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결혼·출산 희망도가 높아지는 것과는 반대로, 여전히 국가의 출산·양육 정책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나왔다. 이미 자녀가 있는 남녀 중 추가 출산 의향을 밝힌 비율은 9.3%로 3월 대비 0.8%p 감소했다. 이유로는 '자녀 양육비용 부담(46.1%)', '자녀 양육이 어렵게 느껴져서(40.7%)' 등 순으로 많았다.
낮은 만족도에 '정책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특히 지방 지역의 체감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중 분만이 어려운 지역(분만 취약지)은 72곳으로 지방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약 70%(50곳)는 '산부인과가 있으나 분만실이 없는 지역'이었고, 나머지 22곳은 산부인과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이른바 '제로 분만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방 임산부들은 아이를 낳으러 다른 지역으로 가고 있다. 충청남도의 '제로 분만실' 지역인 태안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임모씨는 충남 서산에서 세 자녀를 모두 출산했다. 임씨는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서산으로 갔다"며 "친정과 시댁의 도움을 받아 이동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또 "태안에 소아과도 없어서 수도권으로 이사 갈까 고민한 적도 많았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그러나 서산도 분만 환경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산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 정모씨는 "올해 6월 천안에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했다"고 말했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보다 피가 더 필요한데, 서산에선 수혈이 어려워 천안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며 "지방에 임산부가 믿을 수 있는 분만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산은 촌각을 다투는 과정이지만, 지방에 사는 임산부들에게는 쉽지 않은 실정이기도 하다. 태안에 사는 임산부는 아이를 낳기 위해 서산까지 차로 20분을 가야 한다. 서산에서 천안으로 가는 예상 소요시간은 차로 1시간 30분이다. 만약 태안에 살고 있는 임산부가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하고자 한다면 천안까지 무려 2시간을 가야 하는 셈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방 인구가 점점 줄어들면서 지방 의사들이 병원을 개업하거나 운영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의료 공백이 자연스레 분만 공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석 교수는 "지역 균형 발전이 저출생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며 "저출생 대책에 일자리와 산업, 경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자기 삶이나 자녀 교육 같은 문제들이 지방에서 완결적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상혁 기자
박서아 인턴 기자
공주경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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