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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상급종합병원 지정한다지만…준비는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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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4. 12. 03. 10:52

윤 대통령 지난 10월 민생토론회서 지정 약속
하지만 제주대병원 등 의사 정원 크게 부족
긴급환자 응급실서 5시간 기다리는게 현실
제주장점 살려 의사 정주환경 마련 등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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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병원 입구에 설치된 안내표지판. 655개의 병상을 갖추고 있으며,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연간 3만여 명, 지역암센터는 연간 1만여 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부두완 기자
지난 11월초 서귀포시에서 뇌출혈 응급환자가 발생했다. 119가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제주대학교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환자 보호자에 따르면 응급실도착 후 5시간 지나서야 "긴급수술할 의사가 없다"며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해 2차 의료기관인 제주시내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 과다출혈을 막지 못한 응급환자는 현재까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취재중 영화 한 대목이 생각났다. '강철비' 장면중 북한 1호가 총상을 입자 산부인과·성형외과 의사가 불가피하게 응급진료를 하게된다.북한 1호라는 엄청난 부담감에 산부인과 의사가 모든걸 뒤로하고 "사람은 일단 살려놓고 봐야하지 않겠니"라며 결단을 내린다. 관객은 배우의 이 한마디에 의사 직업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제주도 의료현장에서는 응급실에 도착해도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 찾아 헤매는 일이 다반사다. 제주대병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제주도민은 값비싼 비행기를 타고 원정진료를 가야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긴급을 요하는 환자에게는 원정진료가 불가능하다.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제주도민의 원정진료비는 연간 2393억원이 넘는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22년 통계)
그리고 환자본인 항공료(왕복 12만~24만원)만도 연간 2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숙박과 보호자 동행시 금액은 두 배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중증질환에 대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목적으로 지정된다. 그러나 제주대병원이 상급병원으로 지정되더라도 현재 의료인력 수급상황을 보면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제주대병원 의사정원은 337명이지만 현재 의사 수는 185명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전공의. 정원 123명중 17명뿐이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지역구 3명의 국회의원이 제주도 의료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는 서울은 3.47명, 제주도는 1.79명으로 2배 격차를 보였다. 그리고 지역별 인구 1만명당 주요 필수과목 전문의 수 역시 서울은 0.95명인 반면, 제주는 0.32명에 그쳤다. 간호사 또한 인구 1000명 당 4.63명으로, 17개 시·도 중 간호사 증가율은 전국 최하위를 보였다. 2024년 상황도 크게 달라진게 없다.

이러한 의료환경에 대해 서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주도 의사수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들 정주조건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을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를 분석하고, 그들의 조건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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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5일 제주대병원을 찾아 입원 환자 및 보호자와 인사하고 있다. /제공=대통령실
이러한 의사들의 정주여건은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다.일본 NHK에서 지난 11월 19일 보도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같은 의사가 8개월간 의료사고 8번을 냈는데도 또 다른 지방에서 취업이 되었다.

그리고 NHK는 10월 22일에는 일본 의사 불균등분포지수를 발표했다. 수도인 도쿄는 353.9인 반면, 지방인 이와테현은 182.5 이었다. 지수가 높을을수록 그 지역 의사가 많이 몰려있음을 뜻한다. 방송은 전문가 의견을 소개하며 도쿄나, 교토,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에서 일하고 싶은 의사가 많고, 지방 병원에서 일하고 싶은 의사는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의사들은 도시 선호이유로 전문적인 의료 기술을 더 배우고 싶다거나 아이의 학교 등 가정 상황 등 여러 이유를 들었다.

또 일본 지방에서는 고령 의사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 의료를 지탱해 온 의사들이 고령이다. 이들의 퇴직도 큰 이유 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의대 지역정원 확대다.특히 지역 자치의대(전액 장학금 지원)를 졸업한 후에는 원칙적으로 9년간 특정 지역에서 일해야 한다.

하지만 장학금을 반납하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 젊은 의사들은 시골병원에서 선진의료기술과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를 배우고, 경험을 쌓는데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이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9년의 의무 기간이 끝나면 대도시로 이동한다.

일본 정부에서도 농촌지역에서 전문의료를 배울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대도시 집중현상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의료환경에 대해 제주도의회 전반기 의장인 3선 김경학의원과 인터뷰했다.

김 의원은 "병원 자체 권한과 능력, 재정만으로는 상급병원 조건을 맞출 수 없다. 현재의 부족한 의료환경을 제주도와 의회가 새롭게 만들어 가야한다다. 특히 제주대병원의 경우 적자가 2024년도 600억원이고, 내년도 당기손실을 300억원으로 줄이기 위해 TF팀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해 상급병원 지정 약속을 했다. 지정과 발맞춰 도의회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의회 전문위원실과 도내외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듣고 있다. 그리고 동료 의원들과 조례제정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어촌 소멸을 막기위해 권역별로 30분안에 도달할 수 있는 응급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게 김 의원의 판단이다.

이와관련, 의사들의 정주여건을 조성하는 지원조례 제정과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교육특구로 국제학교가 있다. 서울에서도 국제학교를 찾아 오고 있다. 그리고 제주대 의대정원 확대와 국제 바칼로레아(IB)학교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활용해 수도권에서 오는 의료인력 자녀들을 위한 교육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퇴직을 앞둔 서울 상급병원 이모 교수는 "의사들의 정주 환경만 잘 조성해 준다면 제주도행을 고민하는 의사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10월 제주 민생현장토론회에서 제주도 상급병원 지정을 약속했다. 후속 조치로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11월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이번을 기회로 제주도는 상급병원에 대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제주 환경에 맞는 의료환경개선 조직위를 꾸려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의회, 의료계, 교육기관 등이 지혜를 모아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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