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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정의가 판사복·여당복에 밀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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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2. 03. 17:43

송국건 본지 객원논설위원
본지 객원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1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두 개의 1심 선고 중 유죄와 무죄를 각각 하나씩 받았으니 선방한 것 아니냐고 하는 건 착시다.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는데 2, 3심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의 모든 게 날아간다. 민주당은 대선 비용 보전금 434억원을 토해내야 한다. 위증교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고 선거법 유죄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치 사법적으로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느끼는 건 이 대표와 민주당의 여론전 때문이다.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검찰의 사건 조작' 프레임을 확산시키며 반전을 시도할 수 있는 건 이 대표의 판사복(福)이 또 터졌기에 가능하다. 서울중앙지법 합의33부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위증한 자(김진성)는 엄벌하면서 위증을 시킨 자(이재명)는 처벌하지 않았다. 위증범이 처벌을 감수하면서도 교사를 받았다고 실토한 이유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위증교사는 했으나 고의성이 없었다'는 희한한 무죄 사유를 판결문에 남겼다.

판사복이 '또' 터졌다고 쓴 건 이미 두 차례 이상한 판결로 기사회생한 적이 있었던 까닭이다. 경기도지사 선거 때 친형 강제 입원 사실을 부인했다고 재판에 넘겨졌을 때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확정되면 모든 게 날아갈 판이었는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되면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권순일 대법관이 주도해 무죄를 이끌었다. 그때도 '토론회에서의 소극적 허위 사실 공표는 처벌할 수 없다'는 희한한 법리를 내밀었다. 권 전 대법관은 김만배씨를 통한 재판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2022년 대선을 전후해 대장동 등의 개발 비리뿐 아니라 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북 송금 같은 범죄혐의가 쏟아졌다. 검찰이 두 번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졌고 2차에선 민주당 내 이탈표 발생으로 가결됐다. 그러나 유창훈 영장 전담 판사가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하는 바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됐다. 그때 역시 '위증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나 정당 대표이기에 도망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희한한 이유를 댔다. 실제론 당 대표 지위를 이용해 증거인멸 시도를 했다는 정황이 많다.
세 명의 판사가 연달아 정치성 짙은 선고를 해준 덕에 이 대표는 사법적 문제를 정치영역에 끌어들여 방탄벽을 치고 있다. 지금의 각종 탄핵안과 특검안 발의, 청문회 소집, 장외집회 개최 등은 판사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결과적으론 법관들이 사법의 정치화에 토대를 깔아준 셈이다. 이 경우 정치권이 다시 사법의 영역으로 돌려보내는 기능을 해야 한다. 특히 집권 여당이 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민심에 호소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판사복 못지않게 여당복도 연달아 터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 전임 문재인 정부와 이 대표에 대한 성토 분위기가 짙었다. 보수층을 중심으론 단죄 요구가 쏟아졌다. 그러나 당시 이준석 대표는 이에 부응하기는커녕 자신의 성 상납 의혹을 방어하느라 내부 총질에 바빴다. 당에서 축출된 후엔 초유의 '가처분 정국'을 만들어 여권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재명 사법 위기에 따른 사회 혼란을 종식할 범여권 차원의 논의는 전혀 없었다. 비대위 체제를 거쳐 가까스로 김기현 대표가 들어섰으나 당내 권력투쟁으로 단명하면서 여당복은 이어졌다.

이 대표가 당황한 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등장이었다. 법무부 장관 때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구속' 필요성을 두 번이나 설명했던 그가 정치권에 진입하자 이 대표는 두려움을 느꼈다. 더구나 4월 총선에서 '이·조(이재명·조국)심판'을 외쳤으니 여당발 복이 화(禍)로 변할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총선 결과로 심판론은 흐지부지됐고, 이 대표는 기세를 올렸다. 잠깐 숨을 돌린 한 대표가 당시 등판했을 때 이 대표는 살짝 긴장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또다시 여당복을 만끽하고 있다. 이른바 '당원 게시판' 파동으로 여당이 두 동강 나고 있는 까닭이다. 이 대표는 여당복이 터지니 이를 이어가려고 3차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날짜를 미루면서까지 여권 분열이 극대화하길 기다리고 있다.

야당 대표의 판사복이 연달아 터지는 바람에 정국이 혼란하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여당마저 지리멸렬하면서 복덩어리를 안겨줬다. 그 덕분에 정치적 위치를 지탱하고 있는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를 통째로 흔들며 자구책을 찾고 있다. 다만 판사복은 더 이상 없을 가능성이 높다. 5개 재판의 1, 2, 3심을 합치면 모두 15번의 선고가 있는데, 이제 겨우 두 번을 마쳤다. 어쩌다 한두 번 더 유리한 판결이 있을지 몰라도 사법적 대세는 기울었다. 문제는 정치적 해결책이 막장으로 치닫게 될 때의 위험성이다. 물꼬 튼 장외집회를 통해 대통령 탄핵, 임기 단축 개헌을 밀어붙이면 나라가 흔들린다. 여당이 맞서야 하는데 한동훈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도 막장이다. 국민이 우리는 여당복이 없다고 느끼면 양쪽 다 민심의 철퇴를 맞는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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