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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칼럼] 대통령 탄핵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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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2. 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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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대통령 탄핵은 안 된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대한민국 헌정이 사실상 중단되기 때문이다. 국회 탄핵 가결 즉시 대통령은 직무 정지된다. 즉각 직무대행체제가 가동되므로 완전한 헌정 중단 상황은 아니지만, 생각해 보라,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 대신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겠는가. 오너의 유고로 잠시 월급 사장이 대신하는 것과 같은데, 그 대행이 뭘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그 순간 숨만 간신히 남아있는 코마 상태로 전락하는 것이다. 직무대행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다. 결정의 권위가 없고 결정을 실행할 동력도 없다. 그저 과도기 관리만 할 수 있을 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12일 탄핵당해 2004년 5월 14일 헌법재판소가 기각할 때까지 두 달 하고 이틀을 직무 정지당한 후 대통령에 복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탄핵당해 2017년 3월 10일 파면됐다. 석 달 하고도 하루 더 직무 정지 상태였다.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파면당했으므로 그 즉시 대선 체제로 돌입했고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체제가 계속됐다. 다섯 달 이상 직무대행체제가 유지됐던 것이다. 그 기간 대한민국은 숨만 붙어 있었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정치권은 심각한 후유증과 정쟁에 휩쓸렸다. 그 여파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이번에도 다섯 달 정도의 직무대행체제가 불가피할 터인데 바로 이 기간에 우리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에 따른 험악한 삼각파도를 선장도 없이 맞아야 할 난파선과 같은 처지가 된다. 각국의 정상들이 앞다투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자국의 국가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몸부림을 칠 때 대한민국의 대통령 직무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나 있겠는가.
국내적으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재판 등 각종 혐의에 대한 사법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리에는 8년 전보다 더 거칠고 더 큰 규모의 시위가 난무할 것인데 과연 직무대행체제가 그 같은 사회적·정치적 충돌을 제대로 관리해 낼 수 있을까.

6시간 만에 종료된 '계엄사태'에도 심하게 출렁였던 금융시장과 경제 동향이 탄핵과 조기 대선과 끝을 알 수 없는 거리정치와 극한적 충돌 속에서 제대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번 사태에서 빛을 발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내구성이 이번보다 열 배, 백 배 거칠게 전개될 탄핵과 대선 정국의 충격을 견뎌내 줄 수 있을까.

둘째, "남한의 정쟁이 불안했을 때 쳐내려 가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며 김일성이 죽기 전에 했던 후회를 김정은이 다시 되풀이할까. 안 그래도 예측 불가 돌출 행동으로 유명한 김정은이다. 세계를 경악시킨 러시아 파병까지 감행한 김정은이다. 그런 김정은이 대한민국이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이라는 정쟁의 늪에 빠져 있을 때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셋째, 작금의 한국 정치 파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후 적대적 두 진영으로 나뉘어 피의 보복을 감행한 결과이며 특히 보수진영이 이를 계기로 심각한 내분에 빠짐으로써 초래된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8년 전보다 더 거칠고 더 패륜적인 배신과 보복이 재연된다면 한국 정치의 몰락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사회 전체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전개되는 동물의 왕국으로 전락할 것 또한 불문가지다. 여의도는 정쟁에 매몰될 것이고 거리에는 과격한 시위가 난무할 것이다. 민생은 실종되고 윤 대통령이 어렵게, 그리고 또 어렵게 여기까지 밀고 온 4대 개혁과 저출생 대책은 형해화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 세 가지 이유로 탄핵은 안 된다. 대한민국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탄핵은 저지되어야 한다.

탄핵 저지의 열쇠는 192석의 야권이 아니라 108석의 국민의힘이 갖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탄핵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고 있으므로 탄핵은 저지될 것이다. 그러나 탄핵 저지라는 국민의힘의 당론이 얄팍한 정치 공학적 계산들에 의해 정해진 듯 보여 일말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계산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삼재사 강조하는 바이다. 탄핵 저지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위한 것도 아니고 한 대표나 국민의힘 의원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탄핵 저지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것이다. 쪼잔한 정치 공학과 알량한 계산 따위가 끼어들 수 없는 국가와 국민의 정언명령이다.

국민의힘 108명의 헌법기관이 이번만큼은 헌법기관으로서의 무게와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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