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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점령 시리아, 53년 독재 알아사드 왕조서 해방돼 이슬람 율법국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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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4. 12. 09. 07:14

시리아 반군, 수도 점령...알아사드 대통령, 모스크바 망명
53년 독재 왕조 붕괴, 러·이란 지원 끊기자 11일만 붕괴
독재 왕조서 '해방'됐지만, 이슬람 율법 국가 전락 가능성
트럼프 "미국, 개입 안돼"
SYRIA-SECURITY/
시리아 반군 최고사령관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8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움마야드 모스크에서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시리아 반군이 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24년 장기 집권한 바샤르 알아사드(59) 정권이 붕괴하고, 2011년부터 13년간 지속되던 내전이 끝났다.

알아사드는 반군의 다마스쿠스 점령 직전 가족과 함께 피신해 망명지인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크렘린궁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SYRIA-SECURITY/
시리아 반군 최고사령관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8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움마야드 모스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시리아 반군, 수도 점령...알아사드 대통령, 모스크바 망명...53년 독재 왕조 붕괴

앞서 로이터통신은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를 토대로 다마스쿠스가 시리아 반군에 함락됐다는 보도가 나온 무렵 항공기 한 대가 다마스쿠스 공항을 이륙했다고 전했다.
알아사드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1971∼2000년 장기 집권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아 24년간 독재 철권통치를 해왔다. 아버지 알아사드가 2000년 사망하자 의회는 신속하게 대통령 출마 연령 요건을 40세에서 34세로 낮췄고, 유일한 후보인 아들 알아사드에 대한 국민투표로 대통령직 승계가 결정됐었다.

알아사드는 특히 내전 발발 후에는 화학무기까지 써가며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혐의를 받아 국제사회로부터 최악의 학살자, 전쟁 범죄자로 비판을 받아왔다. 내전 기간 거의 50만명이 사망하고, 전쟁 전 인구 2300만명의 절반이 난민이 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Syria
시리아인들이 8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대통령궁 내부의 콘퍼런스 회장을 뒤지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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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인들이 8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 말케 지역에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개인 저택에서 물건을 뒤지고 있다./AP·연합뉴스
◇ 러·이란 지원 지탱 알아사드 정권, 우크라 전쟁 러, 이스라엘과 분쟁 이란 지원 끊기자 11일만 붕괴
탈레반의 아프간 재점령, 북베트남의 사이공 함락 연상

알아사드 정권을 지탱한 것은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과 레바논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그리고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러시아의 지원 덕분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란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각각 모든 전력을 쏟으면서 시리아 내전이 부차적인 문제로 전락한 것이 알아사드 정권 몰락의 주요 요인이 됐다.

시리아 반군이 지난달 27일 북부 알레포 지역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공격을 개시한 지 불과 11일 만에 다마스쿠스를 점령한 것은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이 없는 알아사드 정권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이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21년 8월 15일 미군 철수 시작 3개월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완전히 장악, 20년 만에 재집권한 것을 연상시킨다.

아울러 북베트남이 1973년 1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과 '베트남전쟁 종결과 평화회복' 협정에 서명한 후 미군이 남베트남에서 전면 철수하자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 수도인 사이공이 함락시킨 것과도 유사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지원 등으로 알아사드 정권을 후원한 러시아·이란·헤즈볼라의 힘이 약화했다며 "우리의 접근 방식이 중동에서의 힘의 균형을 변화시켰다"고 자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알아사드는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떠났다. 그의 보호자인 러시아가 더 이상 그를 보호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Syria Fall of Assad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이 2020년 1월 7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AP·연합뉴스
Syria Fall of Assad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가 5월 3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AP·연합뉴스
Syria Fall of Assad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23년 5월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아랍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 시리아, 알아사드 독재 왕조서 '해방'됐지만, 이슬람 율법 국가 전락 가능성

시리아 반군의 주축은 수니파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조직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다. 그 전신은 이슬람 무장 세력인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 격인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이다. HTS는 2016년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고 2017년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두 단체 지도부가 연결돼 있다고 본다.

HTS를 지원한 또 다른 반군 세력은 수니파 시리아국가군(SNA)으로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군의 시리아 점령이 시아파의 분파로 시리아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알라위파에 크게 의존했던 알아사드 독재 왕조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단순히 환영할 수만을 없는 배경이다. 강력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시리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랍 세계는 미국과 동맹을 맺은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수니파가 주도하는 진영, 헤즈볼라 및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와 연계된 시리아와 수니파 맹주국 이란 진영으로 나뉘었는데,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이란과 헤즈볼라·하마스의 전력 약화에 이은 이번 사태로 수니파 진영이 세력을 더욱 확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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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
◇ 바이든 "시리아 국민 봉사 새 정부 구축 협력"...트럼프 "미국 싸움 아냐...개입 안 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순간이기도 하다"며 "미국은 파트너 및 시리아의 이해당사자들과 협력해 그들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리아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수 세대 만의 기회"라며 시리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독립적인 새 정부 구축을 만드는 데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기 전날 "이건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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