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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진퇴양난에 빠진 카드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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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승인 : 2024. 12. 18. 18:32

경제부 최정아 기자
'최소 3000억원.'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 여파로 카드사들이 껴안아야 할 연간 비용입니다. 작년 카드업계가 벌어들인 순이익(2조5800억원)의 11%에 달하는 수치죠. 국내 카드산업이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이미 네 차례에 걸쳐 수수료를 내린 탓에 본업인 신용판매업은 이미 적자 사업으로 전락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도 카드사들은 허리띠 졸라매며 수익을 내야할 겁니다.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는 악순환 속에서, 과감한 신사업 추진 동력도 힘을 받기 어렵게 됐습니다.

금융당국의 카드 수수료 인하 조치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신용카드업 상생·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금융위는 "이용대금명세서, 매출전표 등 각종 문서를 디지털로 전환해 연간 1630억원 규모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 여력을 확보해줬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신용판매업은 이미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 됐다는 점입니다. 0%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 가맹점 비중은 전체 가맹점의 95.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카드 수수료율은 2012년부터 3년마다 한번도 빠짐없이 인하됐는데요. 핵심 수익원이 타격을 받으면서 카드산업 성장성은 정체됐습니다. 2012년 이후 지난 12년 동안 카드업계 순이익은 2조원 중반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소비자들에게 좋은 혜택을 담은 혜자카드를 없애며, 비용을 절감한 덕입니다.

카드사들은 수년에 걸쳐 글로벌·데이터 등 신사업을 펼치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지만, 당장 수익을 내기에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과 빅데이터 사업이 꼽히는데요. 글로벌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데, 당장 비용절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감한 베팅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카드사들은 빅데이터·AI(인공지능) 사업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비용 효율화' 방안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어 수익 증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금융당국은 그나마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연장' 카드를 내밀며 카드사들에게 양보 한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3년마다 재산정 필요성을 점검할 것'이란 조건을 달면서, 카드업계 불안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 규제로 위축된 국내 카드업계에 새로운 도전은 언감생심입니다. 금융당국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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