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지대 재생한 무릉별유천지는 아이디어 산물
도째비골·논골담은 케데헌 팬들에게 권할만
심규언 "공무원·시민 열정이 관광동해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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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빚어낸 동해의 산과 바다, 관광 인프라가 어우러진 관광명소 5대 권역(추암·무릉·천곡·묵호·망상)을 개발해 관광객들을 초대했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무릉별유천지 등의 개발에 올인했다.
천혜의 자연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도시 곳곳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가족단위 관광객들은 물론 MZ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이후 관광객은 200만명 이상 급증했다.
KTX가 동해로 관광객을 불러들였다면 동해시티투어버스가 시내 곳곳을 연결해준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잠자리와 음식만큼 중요한게 교통편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KTX가 이어주고, 부산~동해~강릉을 잇는 동해중부선 ITX이음열차는 영남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자동차로부터의 해방은 관광의 기쁨을 배가시킨다. 차량 행렬이 수두룩 빽빽한 여름 휴가철이나 주말·휴일을 생각하면 열차여행으로 인한 해방감은 더욱 크다.
서울에서 직접 KTX를 타고, 묵호역에서 내려 동해시티투어버스로 동해의 명소들을 살펴보았다. 동해시의 매력은 어떻게 다가올까.
상봉역에서 열차에 올라타자 금세 만석이 됐다. 젊은 청춘과 친구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은 저마다의 즐거움을 꿈꾸고 있었다.
탑승한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어느덧 눈앞에 망상해변이 보인다. 푸른 동해바다와 넘실거리는 파도에 관광객들은 흥분하기 시작한다. 필자의 고향인 제주도와는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차창 넘어 달리는 열차 사이로 해변과 바다, 그리고 해송들은 자연이 만들어준 방향대로 수형을 뽐내고 있다. 특히 하늘의 내려준 거대한 바위와 어우러진 자연은 동해만의 매력이다. 이미 열차요금 2만8600원 본전을 뽑은 듯,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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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거장은 묵호수변공원. 공원과 울릉도를 오가는 배편이 여객터미널에 있다. 독도 여행까지 가능하다. 조금만 걸어가면 묵호의 맛고을 수산시장과 논골담길, 도째비골까지 여유롭다. 버스는 까막바위, 어달해변으로 향했다. 도착한 해변은 파라솔과 여행객들이 가득하다.
어달항 주변을 둘러본 관광객들 여럿이 탑승한다. 앞선 버스에서 내렸던 탑승객들이다. 요즘 가장 핫한 망상해변으로 향했다. 해설사는 지명에 대해 송강 정철이 사랑했던 여인 '소복(小福)'을 잊지 못해 '상스러움을 바라다' 뜻의 장소로 글을 남긴 망상(妄想)을 본따 지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도 산불로 인한 가슴 아픈 사연을 전하며 새롭게 태어난 망상리조트를 소개했다.
망상 정류장에서 리조트까지는 1km 정도. 동해안 제일의 명사십리와 울창한 송림을 뽐내는 바닷길 따라 나무그늘을 우산 삼아 해변을 걸었다. 걷던 중 '해안사구 식물 보호지역' 안내판을 보았다. 개질경이 등 30여 종이 약 2만2000㎡에 집단으로 서식한다. 사구는 해안 모래가 쌓인 곳이라 일반 식물들은 자생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적혀 있다.
걷다 보니 뜨거운 햇살 아래 골퍼들이 파크 골프를 즐기고 있다. 더위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지고 갔다. 카라반과 캠핑 리조트 여기저기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화마가 앗 아간 망상 리조트가 보였다. 아픈 시련을 뒤로하고 새로 단장한 건물들은 하나같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묵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 뒤, 망상해변 상가에서 코다리냉면을 주문했다. 시내 보다 더 저렴해 보여 "성수기에 가격이 왜 이렇게 착하냐"고 물었더니 상인연합회에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식사를 하던 동해소방서 망상구조대원들은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해수욕장이 폐장돼 안심"이라고 전했다. 식당 옆 카페 아이스아메리카노 가격도 3500원으로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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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동해시가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만든 무릉별유천지로 향했다. 이곳은 쌍용시멘트가 50년간 약 2억 톤의 시멘트 원료를 생산한 곳이다. 시멘트는 오랜동안 동해시 경제를 이끌어온 먹거리였다.
동해시를 소재로 12년째 수묵화를 그리는 김명화 화백은 "무릉별유천지는 자연과의 절묘한 조화에 파동이 느껴진다. 수묵화를 그려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해설사는 조만간 방문객이 100만명이 넘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설과 맛집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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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떠나 추암해변으로 향했다. 단연 톱이다. TV방송의 애국가 첫번째 화면에 추암해변 촛대바위가 장엄하게 등장하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해설사는 촛대바위에 불이 켜져야 우리나라 새벽이 열린다며 촛대바위 위로 태양이 올라온 일출 사진을 보여줬다. 모두가 사진을 보며 "우와~" 달려들었다.
추암에 이어 한국에서 해변과 가장 가까운 사찰 감추사에 오니 해송이 빽빽하다. 동해 시민들의 맨발 걷기 명소라고 한다. 감추사~한섬(일명 행복섬)걷기만 해도 바다와 오솔길의 매력이 가득하다.
강릉과 동해의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해설사의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동해는 강릉보다 평균 기온이 겨울엔 4도 높고, 여름은 4도가 낮습니다. 날씨가 그만이예요."
묵호역에서 투어버스를 내리며 심규언 동해시장과 시청 공무원, 시민의 열정을 생각했다. 관광 5개 권역, 11개 코스를 돌면서 그들의 배려와 존중이 곳곳에 묻어났다. 공직 등 각계에서 퇴직한 해설사들의 친절과 입담도 인상적이었다.
한국관광 100선에 4년 연속 선정된 도째비골은 특히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열풍과 맞닿아 있다. 이곳은 영화처럼 독창적인 문화가 숨쉰다. 케데헌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도째비(도깨비)골을 소개하면 어떨까.
도째비골을 기획한 심 시장의 선견지명이라는 느낌도 든다. 쓸모 없던 골짜기와 연결된 바다, 수변공원, 그리고 묵호항 논골담길의 조화는 도째비골만의 독창성을 갖췄다. 특히 논골담길은 근현대 우리 서민의 삶과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동해문화원 조연섭 국장과 함께 건축가 이형재 카톨릭관동대 교수의 창작 공간을 찾았다. 설계도면과 드로잉한 작품들이 가득했다. 이 교수는 동해시의 변화를 이끈 심 시장에 대해 "열정이 강한 선장 같은 분이다. 추진 돛은 올리기 전에 항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상황을 살펴보고, 전문가 식견, 공무원 의견, 시민의 여론을 취합해서 항해 준비를 한다. 그리고 준비가 끝나면 열정을 갖고 넘실대는 거친 파도와 싸우며 묵묵히 항해하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을 설계한 건축가로 유명한 이 교수는 "동해의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데 역사와 문화, 자연은 물론 지역 정서 까지 메시지까지 잘 담아냈다"고 했다. 이웃한 강릉과 삼척보다 훨씬 도시규모가 작지만 정주 여건을 잘 갖춘 도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동해시와 아시아투데이가 공동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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