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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을 닮은 현실, 자유를 향한 사유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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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9. 01. 08:17

연극 '공공공공' 프리뷰
자본과 이념의 틀 속에서 드러나는 현대인의 초상
자유를 향해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응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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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공공공' 무대를 준비하는 배우들의 연습 현장 / 사진 극단 불
연극 '공공공공'이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3일부터 14일까지 드림시어터 소극장에서 상연되는 이번 작품은 2021년 첫 공연 이후 꾸준히 화제를 모으며, 동시대의 현실과 인간의 본질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서사로 주목받아왔다. 단순한 연극을 넘어 사회와 인간을 동시에 비추는 거울로 기능하며 관객을 깊은 사유의 장으로 이끄는 작품이다.

'공공공공'은 감옥에 갇힌 인물들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단순한 감방의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의 세계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본주의의 질서와 경쟁의 논리에 순응하며 성공을 향해 달려가지만, 결국 각자의 감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인간의 초상을 무대 위에 정교하게 포착한다. 부자와 가난, 직장과 가족, 사랑과 증오, 이념과 성공이라는 이름의 감방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모습은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감옥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자유의 본질, 혹은 그 부재를 환기시키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삶의 주인입니까, 포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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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공공공' 무대를 준비하는 배우들의 연습 현장 / 사진 극단 불
이번 공연에는 다양한 세대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서로 다른 호흡을 만들어낸다. 무명 노인 무기수(죄수번호 9000) 역은 장두이가 맡았고, 사교 교주 주팔삼(죄수번호 666) 역에는 강희영이 출연한다. 감옥의 질서를 상징하는 간수 '북두칠성' 역은 주원성이 연기하며, 청년 죄수 용수(죄수번호 1234) 역은 안호주와 황정후가 더블캐스팅으로 무대에 오른다. 주식 브로커 허수(죄수번호 317) 역은 김산이 맡았고, '하얀새'는 박새슬과 김수정이, '검은새'는 김희정과 박은재가 더블캐스팅돼 한 무대에서 각기 다른 해석을 덧입힌다. 무대 위 인물들의 서사는 각기 다른 결을 따라 흐르다가 어느 순간 교차하며 복잡하고도 유기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이러한 구조는 감옥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상징적 무대로 확장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들의 이야기에 자신을 투영하도록 만든다.

작가 주수자는 시인, 소설가, 극작가로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왔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지에서 23년간 유학하며 예술과 문학의 다양한 흐름을 체득했고, 2001년 소설 '한국소설'로 등단했다. 이후 시와 소설, 희곡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서사와 이미지의 경계를 탐구해왔으며, 희곡집 '빗소리 몽환도'와 '복제인간 1001'은 대학로 무대에서 공연되며 호평을 받았다. 소설집 'Night Picture of Rain Sound'와 희곡집 'ZERO 공공공공'은 해외에서도 출간돼 영국과 몽골의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장편소설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로 2025년 제14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이번 무대 역시 주수자 특유의 서정적 언어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 교차하며 강렬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연출은 전기광이 맡았으며, 조명은 이인연, 무대는 박재범, 영상은 장재호, 소품은 김종한, 마케팅은 채주원, 홍보는 문상원, 조연출은 박준일과 김동현이 참여했다. 세심한 연출과 치밀한 무대 구성, 그리고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감각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공공공공'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출연진은 70대 원로 배우부터 20대 신인 배우까지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며, 각자의 경험과 감각을 무대 위에 녹여 현실성과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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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공공공' 무대를 준비하는 배우들의 연습 현장 / 사진 극단 불
2021년 초연 이후 '공공공공'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파고들면서도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탐구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매해 무대에 오르며 새로운 해석과 변주를 거듭해온 이 작품은, 2025년 현재 한층 더 세밀하고 강렬한 시선으로 현실을 응시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동시대 관객의 감각에 맞춘 연출과 배우들의 섬세한 호흡을 통해, 감옥과 자유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더욱 깊이 탐색할 예정이다.

연극 '공공공공'은 시대극이나 사회극의 범주로 단순히 묶이기 어렵다. 그것은 치열한 현실 인식을 담은 보고서이자, 인간의 자유와 해방에 대한 서정적 시선이 깃든 시적 텍스트이기도 하다. 작품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관객의 사유를 유도한다. 무대 위 인물들이 감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주하는 고통과 욕망, 그리고 미약하지만 단단한 희망은 관객 각자의 삶과 맞닿아 깊은 울림을 남긴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무력하게 길들여진 일상 속에서, 인간의 영혼이 자유를 향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응시하는 이 작품은, 연극이 여전히 우리 삶을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오는 9월, 드림시어터 소극장에서 다시 만날 '공공공공'은 그 울림의 깊이를 한층 더한 채 관객 앞에 선명하게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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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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