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배임죄 완화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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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제도는 본격적인 변론 전 단계에서 원고와 피고가 서로 요구한 증거를 제공·교환하도록 하는 절차다. 민사소송에서는 당사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제출해야 하고, 법원도 원칙적으로 제출된 자료를 기초로 판결을 내린다. 현행 문서제출명령 제도(민사소송법 제344조)는 당사자 또는 제3자가 가진 문서를 법원 명령에 따라 제출하게 하는 절차지만, 불이행 시 제재가 약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법조계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정욱)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조순열)가 공동 운영하는 미래전략센터는 국회와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제도화를 촉구하고 있다. 미래전략센터 관계자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를 찾아 제도를 국정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며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실에도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6일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담은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소송 관련 자료를 점유·관리·보관하는 사람의 제출 거부를 금지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법원 명령에 불응하면 △상대방 주장을 진실로 인정 △패소 판결 △소송비용 부담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번 논의는 상법 개정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 차례 상법 개정으로 재계 불만이 커지자 여당이 배임죄 완화 카드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를 보완하려면 소액주주 등 일반인이 증거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를 고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회사 자료를 볼 수 없어 배임 고소로 검찰 수사를 거친 뒤 확보한 자료를 민사에 활용하는 편법이 동원된다"며 "디스커버리가 도입되면 민사가 중심이 되고 형사는 예외적으로만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변호사회 이사백 대변인은 "민사소송은 당사자들이 실체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느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로 필요한 증거를 공개하면 판결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판결에 승복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사법부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