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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원칙은 냉정하게, 사람은 따뜻하게…HD현대 권오갑 카리스마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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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09. 02. 17:20

사진_HD현대 권오갑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HD현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해봤어?"로 대표되는 카리스마는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 경제에 도전 정신이 필요할 때마다 회자 되고 있습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을 보고 있으면 이 경영 가치가 범 현대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조선업의 활황으로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이지만 지난 7월에는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전체 회의를 소집해 "눈앞의 실적에만 편승해 위기의 심각성을 간과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했습니다.

권오갑 회장의 카리스마는 공과 사를 엄격히 지키는 경영 원칙을 지킬 때와 직원들의 노고를 헤아릴 때도 발휘되고 있습니다. 최근 권 회장은 장모상을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비서실과 홍보실도 이를 나중에 알았을 정도로 사내에서는 이를 티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권 회장은 2012년 모친상도, 2016년 장인상도, 2021년 외동딸 결혼식도 조용히 보냈습니다.

재계를 취재하다 보면 그룹의 최고경영자 혹은 오너가들의 경조사를 다수 접하게 됩니다. 이를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들이 최고경영자, 임원들의 경조사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상당히 애를 쓰는 것도 사실입니다. 권 회장은 이 점을 놓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좀 더 눈에 띄는 점은 직원들의 경조사는 널리 알리고 축하 또는 위로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점입니다. 본인의 경조사는 알리지 않지만 가까이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의 행사는 직접 참석해 인사한다고 합니다. HD현대는 지난 2023년부터 경기도 판교의 사옥을 직원 결혼식장으로 무상 개방해 주고 있는데, 첫 번째 직원 결혼식에서 권 회장은 정기선 수석부회장(당시 사장)과 웨딩케이크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HD현대의 규율에서도 드러납니다. 권 회장뿐 아니라 HD현대 자체가 임원들은 경조사를 사내 게시판 등에 공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윗선이 경조사를 치르게 되면 아래 임직원들이 과하게 투입되는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반대로 일반 직원들은 결혼, 부고 등의 경조사를 게시판에 다 올리게 돼 있습니다.

권 회장의 카리스마 리더십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회사의 일과 사적 영역을 엄격히 구분하는 동시에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임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철저히 하기 때문 아닐까요. 존경받는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계속되는 시대에 HD현대 뿐 아니라 또 비슷한 사례가 발견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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