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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회장의 카리스마는 공과 사를 엄격히 지키는 경영 원칙을 지킬 때와 직원들의 노고를 헤아릴 때도 발휘되고 있습니다. 최근 권 회장은 장모상을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비서실과 홍보실도 이를 나중에 알았을 정도로 사내에서는 이를 티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권 회장은 2012년 모친상도, 2016년 장인상도, 2021년 외동딸 결혼식도 조용히 보냈습니다.
재계를 취재하다 보면 그룹의 최고경영자 혹은 오너가들의 경조사를 다수 접하게 됩니다. 이를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들이 최고경영자, 임원들의 경조사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상당히 애를 쓰는 것도 사실입니다. 권 회장은 이 점을 놓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좀 더 눈에 띄는 점은 직원들의 경조사는 널리 알리고 축하 또는 위로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점입니다. 본인의 경조사는 알리지 않지만 가까이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의 행사는 직접 참석해 인사한다고 합니다. HD현대는 지난 2023년부터 경기도 판교의 사옥을 직원 결혼식장으로 무상 개방해 주고 있는데, 첫 번째 직원 결혼식에서 권 회장은 정기선 수석부회장(당시 사장)과 웨딩케이크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HD현대의 규율에서도 드러납니다. 권 회장뿐 아니라 HD현대 자체가 임원들은 경조사를 사내 게시판 등에 공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윗선이 경조사를 치르게 되면 아래 임직원들이 과하게 투입되는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반대로 일반 직원들은 결혼, 부고 등의 경조사를 게시판에 다 올리게 돼 있습니다.
권 회장의 카리스마 리더십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회사의 일과 사적 영역을 엄격히 구분하는 동시에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임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철저히 하기 때문 아닐까요. 존경받는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계속되는 시대에 HD현대 뿐 아니라 또 비슷한 사례가 발견되기를 기대해 봅니다.